장화는 비 오는 날 있어야 해! 정말?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노란 장화 / 허정윤 글, 정진호 그림. - 반달. 2015. 978-89-5618-672-6
o 분야
그림책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정은영
비, 장화, 공룡. 무슨 상관관계일까?
노란색이, 샛노란색이 눈에 확 띄고, 좌우로 기다란 장정을 가진 그림책을 만났다. 제목은 <노란 장화>.
책을 펼치면 자기의 노랗고 말랑말랑한 장화를 찾는 아이가 등장한다. 노란 장화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보니 노란 화분도, 노란 기차도, 달팽이집도, 나무 의자까지도 모두 내 장화로 보인다. 집안에서 부터 시작해서 집 앞 화단으로, 공원으로, 바다로 하늘로 장화를 찾아가는 과정도 살펴볼 만 하다. 하늘 다음에는 어디로 찾으러 갔을까? 장화를 신고 있는 다른 아이들은 다 즐거운데 장화가 없는 나는 시무룩하다. 시무룩함은 속상함으로 발전하고, 결국 울음을 터트릴 수 밖에 없다.
내 장화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하루 종일 찾아봤지만 결국에 못 찾았다. 다음날 아침 노란 장화를 찾았다! 하지만 이미 비는 그쳤다.
필요할 때는 아무리 찾아도 안 나타나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애써 찾지도 않았는데 눈앞에 나타나는 일은 어른이든 아이에게든 상관없이 나타나는 현상인가 보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생기는 걸까?
때로는 먼지요정 때문이기도 하고, 도깨비의 소행이기도 하다. 가끔은 물건에 발이 달려 도망을 가기도 하고, 다른 물건의 공격을 받아 숨어서 일수도 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말하는 어른들도 있다. 어마어마하게 큰 공룡이 아무도 모르게 슬쩍 다녀가기도 한다.
이 책 <노란 장화>는 상상력의 집약체이다. 노란 장화로 보이는 갖가지 것들에 대한 재미와 ‘정말 공룡이 노란 장화를 빌려갔다가 가져 왔을까?’라는 상상도 멋지다. 또한 가벼운 듯 간단한 그림체도 매력적이다. 평소에 접하는 것 보다 좀 더 밝은 노란색 일색인 그림이 밝고 경쾌하다. 대비되는 파랑색과의 조화는 시야를 확 틔여 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물건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닮은 꼴 물건을 찾아보는 활동을 병행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정진호 작가는 <위를 봐요>라는 책으로 2015년 볼로냐어린이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았다. 건축을 전공한 작가는 일반적인 방향과 시각에서 바라는 보는 것을 탈피해서 다른 방법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공간적 시각을 제공한다. 아이들과 만나서는 공감각적인 활동을 하기도 한다. 특히 2016년에는 경기도사이버도서관관과 함께 주제별독서활동 프로그램 <책수리 마수리> 4탄을 같이 작업하고 있다. 아이들이 다양한 시각을 갖도록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른이나 아이나 늘 같은 일상에서 같은 생활만 반복되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우리의 아이들은 이 세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보다는 조금 더 즐겁고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더 다양한 일상에서, 더 깊은 상상을 하고, 더 넓은 이해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다양하고 깊고 넓은 세상을 이런 책들이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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