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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우리 할머니는 마귀할멈

우리 할머니는 마귀할멈

 

 

º 서평대상 서지사항

 콧물 빠는 할머니 / 박미라 글. - 문학과 치유 출판사. 2015. 9788998372064

º 분야

 그림책

º 추천대상

 초등 저학년 및 성인

º 상황별 추천

 할머니의 냄새가 그립거나 그림책으로 힐링 받고 싶은 사람들

 

 

 

이단비 (평택시 지산초록도서관 사서)

 

 

 콧물 빠는 할머니는 마귀할멈으로부터 동생 지성이를 지켜내기 위한 지민이의 고군분투를 담아낸 그림책이다. 과연 지민이는 동생 지성이를 마귀할멈의 늪에서 구출해 낼 수 있을까?

갈수록 고령화되어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노인과 젊은 세대 간의 공감과 소통, 화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제작된 해피&힐링 세대공감 실버동화 시리즈 중 한 작품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의 시간을 추억하면서, 자신도 그녀처럼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진짜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자라본 독자라면 이 이야기에 더욱 더 공감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독자라 하더라도 마귀할멈으로 표현되는 이 할머니의 구수함에 가슴이 따뜻해 질것이다.

 이 그림책은 제목과 첫 표지가 독특해서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쭈글쭈글한 주름이 가득하고 손가락마저 뾰족하다.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데 제목마저 콧물 빠는 할머니다. 주인공 지민이에게 할머니는 왜 마귀할멈이 되었을까?

 뾰족하고 날카로운 코, 듬성듬성 난 하얀 머리카락, 우중충한 긴 치마로 지민이가 표현한 할머니는 꼭 동화책에서 나온 마귀할멈과도 같다. 지민이네 엄마가 할머니께 동생을 맡기게 되는데, 지민이는 처음 보는 할머니가 동생을 만지는 것도 싫고 혹여 잡아먹을까봐 두렵다, 그때 지민이는 할머니의 걸출한 입담을 듣게 된다. 지민이는 마치 할머니가 내가 양새끼들을 다 잡아먹었오. 킬킬킬하는 것처럼 무섭다. 순간, 할머니가 콧물을 쓰릅 들이키며 콧물을 치마에 쓱쓱 닦는데 지민이는 그 모습이 너무 더럽다. 그림에도 지민이의 우중충한 얼굴과 할머니의 무서운 자태가 독특하게 드러나 있다.

 지민이의 엄마는 마귀할멈의 마법에 걸려서 우릴 두고 가버렸다. 할머니는 지성이의 똥 귀저기를 갈면서 황금 똥이구만. 냄새도 우째 이리 구수할꼬?” 라 하신다. 지민이의 귀에는 지성이가 얼마나 맛있어 보이면 똥냄새까지 구수할지로 들린다. 우리들의 기억 속 할머니도 지민이의 마귀할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할머니들은 손주들의 똥이며 구토라면 그분들의 따뜻한 손으로 다 받아내셨다.

 지민이는 할머니가 동생을 괴롭힐까봐 학교를 조퇴한다. 선생님께 처음으로 아프다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마귀할멈에게서 동생을 구해내고 싶어 한다. 지민이가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마음이 잘 엿보이는 대목이다.

 학교에서 한달음에 달려오니 할머니가 드르렁 드르렁 자고 있다. 혹시 벌써 지성이를 잡아먹었나싶어 오븐과 큰 냄비와 전자레인지까지 열어본다. 다행히도 지성이는 잘 자고 있었다. 혹시 할머니가 수면제를 먹였나 싶어 지성이를 흔들어 깨우다가 울렸다. 지성이는 펑펑 울다가 마귀할멈 품에 안기니 금새 울음을 뚝하고 그쳤다. 지민이는 이 모든 상황이 그저 답답하다.

 할머니는 조퇴한 지민이가 걱정이 되서 유자차 한 잔을 타주신다. 지민이는 혹시 그 유자차에 수면제가 들어갔을까 싶어 슬쩍 컵을 떨어트린다. 할머니의 따뜻한 유자차가 몽땅 쏟아져 버렸다. 이렇듯 지민이는 좀처럼 할머니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하고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이러한 지민이의 할머니에 대한 재미있는 망상과 독특한 그림체가 어우러져 독자의 흥미를 끌어낸다. 지민이가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망상이며, 이러한 상상은 어린 동생을 지키고자 하는 지민이의 기특한 책임감에서 나온다. 할머니는 마귀할멈이 아니라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모습이란 것을 지민이를 뺀 등장인물, 저자, 독자 모두가 안다는 설정도 정말 재미있다.

 현대사회는 대가족에서 핵가족화 되면서 우리 할머니들이 손주의 콧물 빠는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되고나면 문득 어릴 적 할머니의 냄새, 아프면 배를 어루어 만져주시던 그 약손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다. ‘콧물빠는 할머니는 어릴 적 우리를 돌봐주셨던 할머니들에 대한 우리들의 그리움과 구수한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