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해적선, 달나라로 가다

해적선, 달나라로 가다

 

 

o 해적:바다에 살던 한 해적의 이야기/다시마 세이조 글,그림;시오자와 후미오 아트 디렉터;박종진 옮김. - 한림출판사. 2015. ISBN 9788970948164

o 분야 : 그림책

o 추천대상 : 초등저학년부터

 

이수경(평택시립장당도서관)

 

 

다시마 세이조의 해적을 보았습니다. 거친 바다에서 홀로 상어와 싸우고 문어와 친구 하고 낮잠도 마음대로 자는 해적. 다시마 세이조가 그려 낸 해적은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자유로움 자체입니다. 갓 태어난 어린 파도와 놀 때는 아이 같지만 성한 한 쪽 다리를 탐내는 상어를 한 눈으로 제압하는 해적은 용감합니다. 해적이 먹고 놀기만 하는 건 아닙니다. 섬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과 용감하게 싸워 잡아먹기도 합니다. 제 몫의 일을 톡톡히 하는 해적입니다. 어느 밤 해적은 뱃머리에서 울고 있는 인어를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사랑하는 인어를 찾아다니며 해적은 바다 속까지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알게 됩니다. 바다가 병들어가고 있고 인어 또한 아프다는 것을. 사랑하면 알게 되는 걸까요? 바다위에서 자유로이 살던 해적이 바다 속을 들여다보자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바다 속은 병들고 여울은 메워져 인어가 살 곳이 사라집니다. 해적은 바다를 살리고 인어를 살리기 위해 용감히 맞서지만 이내 쫓기게 됩니다. 섬사람들이 해적을 숨겨주어 드디어 바다 밑에 쓰러진 인어를 발견한 해적은 달을 향해 소리칩니다. 그리고 해적선은 조용히 날아갑니다. 까만 밤하늘을 밝히는 달나라로.

다시마 세이조는 해적과 인어의 예쁘고 슬픈 사랑 이야기 속에 개발로 병든 바다 이야기를 펼쳐놓았습니다. 병들어버린 바다에서 인어도 병들어갑니다. 해초 샐러드를 나누며 사랑을 키운 해적과 인어는 사랑싸움을 해보기도 전에 병든 바다에서 죽어갑니다. 해적과 인어만의 슬픈 사랑 이야기일까요? 자연이 병들어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 수는 없습니다. 개발로, 쓰레기로 병들어가는 바다를, 자연을, 지구를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의 터전이 무덤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환경오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떤 이들은 인류가 늘 해결책을 찾아왔기에 발달된 기술력으로 오염된 지구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급속도로 생태계 동식물들이 멸종되는 지금, ‘stop’을 눌러야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 각 나라들이 개발 이윤에 대한 탐욕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우리들도 생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품을 살뜰히 모아야겠지요. 나 하나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라는 의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나부터 시작해야겠지요.

다시마 세이조가 이야기를 건네는 방식이 참 좋습니다. 바다를 살리자 소리치지 않아도 바다에 독을 푸는 큰 배와 맞서 싸우는 해적을 응원하고 인어의 죽음에 가슴 아파 합니다. 그럼에도 책은 신나는 해적 영화 한 편 보는 듯 합니다. 해적은 참 유쾌하고 건강한 사람입니다. 바다가 건강해져서 달나라로 날아간 해적선이 다시 지구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사서들의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이 마법이 되는 순간  (0) 2018.04.26
썩어가는 환경  (0) 2018.04.26
파도소리보다 컸던 웃음소리  (0) 2018.04.26
하지만 걱정 마  (0) 2018.03.27
팔랑팔랑 내 마음  (0) 2018.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