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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하지만 걱정 마

하지만 걱정 마

 

 

 

o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 / 김영진 글, 그림. - 길벗어린이. 2015.

o 엄마가 오는 길 / 모토시타 이즈미 글, 오카다 치아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2015

 

o 그림책 / 유아와 부모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정은영

 

 

월요병’. 직장인들에게 일상으로 향하는 월요일 아침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오죽하면 월요병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이 월요병은 직장인들에게만 있는 건 아닙니다. 학생들에게도, 유치원생들에게도, 어린이집에 가는 유아들에게까지도 이 월요병이 있습니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에서의 은비월요병이네요. 유치원에 가기 싫은 것에서 더 나아가 엄마, 오늘 회사 안가면 안 돼?”라면서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듭니다. 엄마는 월요병같은 건 앓을 새도 없다는 듯이 은비를 먹이고, 씻기고, 입혀서 데리고 나갑니다. 유치원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일은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친구들 없는 교실은 허전하기 그지 없으니깐요. 아무리 선생님이 웃어준다고 해도 웃음이 날 턱이 없죠.

엄마의 퇴근이 늦어지는 것도 쓸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이 다 집으로 돌아가서 놀 친구도 없고, 선생님은 내일을 위해 어린이집 청소하기 바쁘죠. 마지막 아이 엄마가 오는 길연이에게는 곰돌이뿐입니다. 창밖엔 햇살이 기울고, 어린이집 실내도 조금씩 어두워져 갑니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라는 질문에 그림책이 답을 합니다. 유치원에 내려주고 회사를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회사에 도착해서도, 점심을 먹으면서도 은비를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퇴근이 늦어질 것 같으면 마음이 급해지죠.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라고 당돌하게 묻는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신나게 놀기도 하고, 싸우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엄마와 딸이 같은 시간대를 지내며 하루를 보냅니다.

엄마가 오는 길의 연이는 조금 더 씩씩합니다. 엄마가 왜 늦는지에 대해 곰돌이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엄마가 예전에 했던 말, 행동을 하나하나 떠 올립니다. 그 이야기 사이에 연이를 향해 오는 길을 재촉하는 엄마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엄마와 딸이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는 밝고 경쾌합니다. 고대영의 지하철을 타고서지원이와 병관이시리즈의 그림을 그렸던 김영진 작가가 쓰고 그린 책입니다. 그 전 작의 그림에 등장했던 귀여운 핑크 돼지를 찾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그림은 좌우가 대칭됩니다. 좌측엔 엄마의 삶이 우측엔 딸의 삶이 드러납니다. 엄마가 회의할 때 은비는 발표를 합니다. 엄마도 점심을 먹고, 은비도 점심을 먹지요. 엄마가 회사에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때 은비도 울고싶지만 꾹 참아냅니다. 엄마와 딸이 무척 닮았군요. 그렇게 딸은 엄마를 닮아가게 되겠지요.

엄마가 오는 길은 그림책의 시제가 해질 무렵이라서 그런지 그림의 톤도 해질 무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노을빛의 따뜻함이 그림책 전반에 펼쳐있습니다. 다음날을 준비하듯 깨끗이 정리된 어린이집의 풍경이 차분합니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의 은비가 밝고 쾌활한 아이로 느껴진다면, 엄마가 오는 길의 연이는 차분하고 따뜻한 아이로 느껴집니다. 글의 내용도 그렇지만 색연필을 활용한 그림의 톤이 그렇습니다.

 

사회가 다각화되어가고, 모든 사람의 경제적 활동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서 일하는 엄마들의 고민이 커져갑니다.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회사를 향해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일 없겠죠. 벌써부터 개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제일먼저 유치원 교실에 들어서면서, 때론 가장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남아있으면서도 엄마를 아빠를 이해하곤 합니다. 이런 고단한 현대의 삶 속에서도 사랑은 꽃 피우고 있습니다. 일하는 틈틈이 자녀를 떠올리고, 걱정하기도 하고, 안심하기도 하고, 미안해하기도 하고, 감사해하기도 하는 엄마 아빠들이 있습니다. 엄마랑 좀 더 놀고 싶지만 헤어질 줄도 알고,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사이좋게 놀기도 하고, 때로는 싸우고, 억울해 하면서도 씩씩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엄마가 왜 늦을 수밖에 없는지 나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 해?가 엄마를 대변해 준다면 엄마가 오는 길은 아이를 대변해 줍니다. 두 가지 책 모두 엄마와 딸 사이에 흐르는 애틋한 마음을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오늘도 엄마, 아빠와 헤어져야 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드는 바쁜 엄마, 아빠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손을 맞잡고, 서로를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서로의 따뜻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