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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팔랑팔랑 내 마음

팔랑팔랑 내 마음

 

o 내마음/천유주 글,그림. - 창비. 2015.

      ISBN 9788936454579

   팔랑팔랑/천유주 글,그림.- 이야기꽃.2015.

      ISBN 9788998751111

o 분야 : 그림책

o 추천대상 : 영유아부터

 

 

이수경(평택시립장당도서관)

 

 

천유주의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내 마음(창비), 팔랑팔랑(이야기꽃)입니다. 천유주의 그림은 봄날입니다. 그림책의 크기는 22*26cm, 작지 않은 그림책임에도 작고 섬세하게 느껴집니다. 나무 한 그루, 화단 하나가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 때문일 것입니다.

 

내 마음의 배경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놓인 화단이고 팔랑팔랑은 분홍빛 큰 벚나무 아래 벤치입니다. 두 책 모두 글은 간결하고 그림은 찬찬히 보아온 무언가를 그린 듯 은 편안하고 아름다운 색을 입고 놓여있습니다. 내 마음의 더벅머리 아이가 걸어옵니다. 노랑, 주황, 하얀 꽃들이 소담스레 피어있고 초록 나무는 싱싱합니다. 화단은 봄이거나 초여름처럼 보이지만 아이의 옷차림은 가을 느낌입니다. 화사한 꽃들과 달리 아이는 표정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꾸지람을 듣거나 친구와 싸웠을까요? 그저 기분이 좋지 않은 하루일까요? 집으로 가지 않고 화단 중간에 있는 계단에서 도넛을 먹으려는데 비둘기들이 달려듭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화단 여기저기 동물들이 고개를 내밉니다. 아이는 비둘기와 한바탕 하느라 화단에 누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전거를 타고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새침한 짝궁, 강아지를 찾는 아이도 혼자 있는 아이에게 말 걸지 않습니다. 아이는 바람 부는 계단에 고즈넉이 앉아있다 뭉게구름 떠다니는 말간 하늘을 바라봅니다. 혼자 있기 싫어 여기 저기 말 걸던 아이는 고개 들어 하늘과 바람을 느껴봅니다. 혼자여도 괜찮았습니다. 이제 집으로 가는 아이의 입매에 슬쩍 웃음이 걸려있습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화단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숨은 그림 찾기를 할 수 있습니다. 착한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걸까요? 썩 좋은 하루는 아니었지만 또 그렇게 나쁜 하루는 아니구나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혼자여도 괜찮은 내 마음, 이제 둘이 있어 좋은 팔랑팔랑을 만납니다. 팔랑팔랑은 벚나무의 분홍꽃잎이 마음에 남습니다. 혼자 소풍 나온 나비와 책 읽으러 나온 아지는 벤치에 뚝 떨어져 앉아 각자 할 일을 합니다. 꽃 잎 한 장이 스르르 떨어지며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릅니다. 나비와 아지 사이에 놓인 꽃잎은 어떻게 될까요?

 

큰 사건도 없고 서너 명의 등장인물이 나올 뿐이지만 천유주의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봄볕을 쬐는 느낌입니다.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맞는 봄의 생기에 잠시 마음을 뺏기듯 그림 속 꽃과 나무를 바라보게 됩니다. 혼자라는 느낌이 드는 날 팔랑팔랑, 내 마음을 보고 있으면 혼자여도 괜찮아’,‘, 뭐 혼자도 아니야, 꽃과 나무, 바람과 푸른 하늘이 이렇게 내 몸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어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간결한 글밥이 그림에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그림을 세심히 봐야하니 5~6세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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