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가 아냐. 차근차근 천천히 할 뿐이야
화성시 병점도서관 사서 홍미정
「천천히 도마뱀」 / 윤여림 글, 홍정선 그림 / 웅진주니어 / 2015
ISBN : 9788901204246 / 분야 : 그림책
그림책의 첫 장을 넘기면, 초록색 도마뱀 한 마리가 등장하여 이렇게 말한다.
“친구들은 나를 느림보라 부르지만 나는 느림보가 아냐.
무엇이든 차근차근 천천히 할 뿐이야.”
아하! 바로 ‘천천히 도마뱀’이로군! 자신의 느림을, ‘빠르다’의 반대 ‘느리다’와 ‘굼뜨다’가 아닌, ‘차근차근’이라 해석하는 여유와 당당함이 멋있다. ‘천천히 도마뱀’이 궁금해졌다.
‘천천히 도마뱀’은 색종이를 천천히 접고, 퍼즐도 천천히 맞추고, 책도 천천히 읽는다.
또 피아노도 천천히 치고, 밥도 천천히 먹고, 산책도 천천히 한다. 늘 친구들보다 뒤처지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반면 도마뱀의 친구들은 뭐든지 빨리빨리 한다. 남들보다 빨리 했음에 우쭐해하고, 급히 서두르다 일을 그르쳤을 때 짜증내는 모습들은 외양적 성공에 목매어 바쁘게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얼핏 닮아있다.
이 책은 결코 빠름을 폄하하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느림을 무조건 찬양하는 책도 아니다. 남들과의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사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에 가만히 귀기울여보라 조언하는 책이다.
일 때문에 조급하고 짜증이 났을 때, 우연히 만난 도마뱀과 같이 해바라기하며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는 작가는, ‘천천히 도마뱀’을 탄생시켜 우리들에게 뭐든지 천천히 해도 괜찮다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천천히 도마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즐거움과 행복감에 환한 미소 머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봄이 천천히 와도 괜찮아.
그래도 봄은 꼭 오니까.”
본문 말미에 제시된 이 독백은, 거센 비바람과 눈보라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서있는 단단한 나무를 연상시킨다. 목표만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어리석은 세태를 경계하고 있는 듯도 하다. 부디 이 세대가 목적을 간과하지 않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단단한 세대이기를 희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바로! 나만의 숨고르기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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