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가젤을 만났을 때
o 사자가 작아졌어!/정성훈 글,그림.-비룡소.2015.ISBN 9788949101798
o 분야 : 그림책
o 추천대상 : 영유아부터
이수경(평택시립장당도서관)
진은영 시인은 ‘우리가 타인에게 마음을 쓰고 자기의 마음을 건네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일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민주주의가 진정한 정치이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우리 일상에서 삶의 태도로 나타나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민주주의적인 삶의 태도는 ‘공감’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내가 너는 아니나 내 고통과 너의 고통이 다르지 않음을 안다는 것이지요.
초원의 왕 사자는 결코 알지 못했습니다. 사자에게 쫓기는 가젤의 심정을. 사자에게 엄마를 뺏긴 가젤의 슬픔을. 아주 아주 아주 작아지기 전까지는요. 사자가 아주 아주 작아지자 ‘나무도, 풀숲도, 들쥐도 개울도 너무 너무 너무’ 커져버립니다. 꼬맹이 사자가 개울물에 빠져 허우적대자 가젤이 구해줍니다. 꼬맹이 사자가 큰 사자였을 때 가젤의 엄마를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엄마를 잃은 슬픔으로 우는 가젤에게 너무나 미안한 사자. 미안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다보면 누군가에게 사과해야할 때가 있습니다. 기회를 놓치면 사과 한마디면 될 일이 점점 커져버릴 때도 있습니다.
고마워 vs 미안해. 세음절 단어지만 미안해는 참 말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보통 ‘뭐, 내가 그렇게 잘못하진 않았어’, ‘난 원래 그래’ 또는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기 싫어. 내가 진 것 같잖아’ 이렇게 생각합니다. 울고 있는 가젤에게 꼬맹이 사자는 이것저것 제안합니다. 꽃을 줄까? 노래를 불러줄까? 아프리카에서 가장 멋진 가젤로 만들어줄까? 그 어떤 방법도 가젤의 슬픈 마음을 달래주지 못합니다. 꼬맹이 사자는 마침내 말합니다. ○○○. 이윽고 가젤은 슬픈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향하고 사자도 ‘느릿느릿’ 집으로 향합니다. 「사자가 작아졌어!」 는 예쁘고 귀여운 그림책입니다. 알록달록 예쁜 그림 속에 삶과 죽음, 슬픔과 고통, 갈등과 성장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경쾌하게 진행되지만 주제를 허투루 다루지 않습니다. 들쥐보다 작아졌던 사자는 진정으로 가젤에게 사과 한 후 점점 커져갑니다. 진정 큰 사람은 진심어린 사과를 할 줄 아는 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유아부터 초등 전학년까지 갈등과 화해를 함께 생각해보는 자료로 활용하기 좋은 그림책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변명하고 핑계를 대며 순간을 모면하고자 하는 이들을 자주 봅니다. 드물게 사과하는 이들을 바보 취급할 때도 있습니다. 진정 어른이 된다는 것은 ‘타인에게 마음을 쓰고 자기의 마음을 건네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가려 판단하는 혜안을 가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진정어린 사과가 용서보다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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