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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못 쓰는 고철덩어리가?

못 쓰는 고철덩어리가?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누구세요?/엠마누엘레 베르토시 지음. - 북극곰 . 2014.

ISBN 9788997728312 77880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초등저학년

 

이시영 (군포시중앙도서관 사서)

 

이 책은 이탈리아 작가 엠마누엘레 베르토시가 만들었다. 그의 수상 이력은 2011년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세계민속축제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대상, 2009년 파도바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2003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2000년 보르다노 내셔널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심사위원 대상, 1999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1998년 보르다노 내셔널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프리울리 언어 부문 대상 등 매우 화려하다.

 

이렇게 화려한 수상 이력을 가진 작가의 그림책은 어떤 내용일까?

 

책장을 여니 우리는 한때, 삽이었고 펜치였고 톱이었고 망치였고 못이었고 나사였고 그물이었고 흙받기였고 자물쇠였고 양동이 손잡이였고 파이프였고 손톱깎이였고 모자였고 돌이었단다’. 로 시작한다. 장문의 시 같다. 우리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그래서 제목이 누구세요?’라고 지었구나 하고 알게 된다.

다음 장에는 시커멓고 차가운 느낌의 고철덩어리지만 누구의 눈처럼 보이는 사진이 나오는 데 지금은 무엇이 되었냐고 묻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철공예의 물고기가 돌멩이 위에 있다. 그리고 해적선이 보인다. 배도 있고 그물도 있고,육지가 보이며, 돈키호테처럼 보이는 의리의 사나이도 있다. 그는 배가 고파 양을 잡아먹으려 한다. 양의 살려달라는 다급한 소리도 들린다.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림들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한때 돌이었고 자물쇠였고 망치였고 양동이 손잡이였다고 답한다.

 

한때는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주었던 도구들이 낡고 녹슬어 못쓰게 되어 버려졌다. 버려진 고철덩어리가 된 것이다. 그 고철 덩어리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주었더니 물고기도 되고 배도 된고 양도 되고..

짧은 그림책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낡고 못쓰는 고철 덩어리지만 창의적인 생각에 의해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화려하고 예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고철덩어리가 차갑게 느껴지고 볼품없어 보이기도 하고 아이의 그림책으로 적당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생명력이 돋보인다.작가 스스로가 쓰레기장이나 쓰레기통, 창고에서 만난 고물들을 모아 새로운 예술품으로 만들어낸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창의적인 생각을 이끌어주기에 적당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