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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도시에서는 빨간 망토가 필요해요!

도시에서는 빨간 망토가 필요해요!

 

화성시 병점도서관 홍미정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 로렌 카스티요 글·그림 / 재능교육 / 2015

ISBN : 9788974997755 / 분야 : 그림책

 

 

어린 시절,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에 종종 놀러가곤 했다.

앵두를 따다가 벌에 쏘여 할머니가 된장을 발라주시던 기억, 성난 듯한 밤송이에 연신 손을 찔려가며 알밤을 까던 기억, 땀이 줄줄 흐를 만큼 한창을 뛰어놀다 시원한 우물물로 등목을 했던 기억, 그리고 시원하고 정갈한 백김치 하나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던 기억, 겨울에는 난로에 둘러앉아 고구마를 호호 불어먹던 기억 등 시골 할머니 댁에서의 기억은 지금도 즐겁고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도시에 사는 우리 할머니는 일러스트와 순수미술을 공부한 작가 로렌 카스티요의 작품으로 2015년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한 그림책이다. 이밖에 미국 학교 도서관 저널 선정 꼭 읽어야 하는 책 100’ Top 20에 올랐고, 허핑턴 포스트 선정 가족에 대한 최고의 책으로 찬사받기도 하였다.

어린 시절 기억때문인지 할머니하면 자연스럽게 전원(田園)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지만 이 할머니는 아마도 도시에 살고 계시나보다. 표지그림을 보니 도시 할머니답게 꽤 멋쟁이시다. 빨간색 핸드백과 빨간색 부츠로 한껏 멋을 내셨다. 그 옆에는 빨간색 망토를 두른 한 꼬마가 있다. 언뜻 어린왕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할머니의 손자일까? 꼬마는 마치 우주의 행성 어딘가를 헤매다가 잃어버렸던 할머니를 만난 것처럼, 애틋하고 정감어린 눈망울로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다. 꼬마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이끄는 멋쟁이 할머니!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사뭇 설레고 기대된다.

 

할머니를 무척 좋아하지만 도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꼬마는,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도시로 간다. 34번가에서 할머니를 만나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공사장과 자동차 소음, 그리고 악당과 걸인들이 가득한 무서운 도심을 지나 드디어 할머니의 아파트에 도착한다. 꼬마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있고 몸은 잔뜩 위축되어있다. 꼬마는 도시가 도저히 할머니들이 지낼 만한 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겁에 질려 잠 못 이루는 손자를 위해 할머니는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담요를 따뜻하게 덮어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도시가 얼마나 굉장한 곳인지, 내일 보여줄께” .....

 

책의 말미에, 처음과 달리 부쩍 밝아진 꼬마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꼬마는 도시가 할머니들이 지내기에 좋은 곳임을, 그리고 도시에서 할머니들이 할 일이 아주 많음을 순순히 인정한다. 이 놀라운 변화를 이끈 것은 대체 무엇일까? 복잡하고 무서운 도시를, 특별한 일이 아주 많은 활기찬 곳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 할머니의 마법이 자못 궁금하다.

 

어쩌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도시는 우리들의 삶의 현장을 뜻하고, ‘할머니는 사랑과 격려를 통해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가족 또는 지혜로운 선배를 상징할 수도 있겠다. 점점 더 메마르고 삭막해져가는 이 사회에서 지혜로움 가득한 멋쟁이 도시 할머니를 어서 만나러 가보자. 그리고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