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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혼자여도 괜찮아요!

혼자여도 괜찮아요!

 

나는 혼자가 아니에요 /  콘스탄체 외르벡 닐센 지음, 정 철우 옮김, 아킨 두자킨 그림.   - 분홍고래. 2015

ISBN- 9791185876153(1185876154)

쪽수 40

대상 - 초등학생 저학년

 

이민혜(양평용문도서관 사서)

 

 

우리들의 처음은 어땠을까요? 혼자가 무서워 울진 않았는지,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신이 났었는지도 모릅니다. 처음 학교에 혼자 간 날은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처음을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항상 두렵기만 한 것은 어른인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엄마가 평생 학교에 데려다줄 수는 없잖아요

생각해봐, 라스. 이다음에 너도 누군가를 학교에 데려다줄 날이 올 거야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데려다준다는 건 상상도 못하겠어요.

 

라스는 학교에 가기 위해 혼자 집을 나섭니다. 집을 보면서 가면 엄마가 자신을 바라봐 줄 것 같아 뒷걸음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얼마가지 않아 라스는 어디선가 검은 개가 나타나 자신을 헤칠 것 같고 옆으로 차가 쌩하고 지나갈 것만 같아 너무나 무서워집니다. 혼자라서 무서운 건지 누군가가 나타날까 무서운 건지 라스는 온통 두려운 존재들에 대해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소곤이가 나타나 검은 개는 걱정하지 말라며 라스에게 용기를 주고 사라집니다. 그다음엔 쌩쌩이가 나타나더니 똑바로 걷지 않으면 학교에 못 갈거야라고 꾸짖듯 말하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라스는 계속 뒤돌아 걷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이번엔 휘청이가 나타납니다. 휘청이는 라스에게 자신처럼 자전거를 타고 가면 빨리 갈 수 있을 거라고 잘난체를 합니다. 제시간에 못 갈 거 같아 두려운 라스는 다시 한 번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집니다.엄마도 자신을 이해할거라고 말이죠. 그때 째깍이가 나타납니다. 1부터 60까지 열 번만 세면 학교에 도착한다고 포기하지 말고 가라고 말합니다. 라스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학교로 걸어갑니다.

소곤이, 쌩쌩이, 휘청이, 째깍이이들은 라스가 걸어가는 내내 그의 곁에서 계속 말을 걸어 줍니다. 용기를 주기도 하고 재촉하기도 합니다. 앞만 보고 걸어갔으면 라스는 이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의 존재는 라스의 뒤에서 항상 지키고 있는 요정이거나 두려워하는 라스가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숲에서 나오자 엄마와 함께 있음에 위안을 얻지만 엄마의 보호보다는 스스로 걸어가는 것을 택하게 됩니다.

그림을 그린 작가 아킨 두자킨은 이 그림책으로 노르웨이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 표지에 선정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표현하는 그림은 배경과 인물, 색감은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들을 그저 보이는 대로 보고 지나치면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책을 다시 읽으면 그림에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라스가 걷는 길 옆 나무 사이에는 유령들이 귀엽게 숨어 있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크게 보면 숲과 호수 자체가 얼굴로 보입니다. 라스가 두려워할 때는 무서운 표정으로 라스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어두운 배경이 독자로 하여금 라스의 심경에 공감하고 과연 라스가 학교에 무사히 도착할지 궁금하게 합니다.

책에서는 두렵지만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현실에서 라스보다 더 많은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럴 때 마다 엄마가 항상 자신과 함께 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합니다. 또한 부모도 자식의 앞에서 걷기보단 뒤에서 믿고 지켜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라스가 엄마를 안심시키고 더 밝은 곳으로 나가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