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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추악한 외모에 천하디 천한 거지

광대달문

 

평택시립도서관 송은희

 

광대달문 / 김영주 지음 ; 홍선주 그림. - 문학과 지성사. 9788932027210

 

초등 고학년(4~6학년) / 창작동화

 

한쪽으로 삐뚤어진 입, 어찌나 큰지 얼굴의 반이 입인, 째진 눈에 눈자위가 짓무르고 머리도 엉망으로 헝클어진 모습, 추악한 외모에 천하디 천한 거지사람들이 달문에 대해 하는 말이었다. 그런 달문이 아이들에겐 영웅이었고 장터에선 싸움을 잊게 하는 춤사위로 화해의 장을 만들어내는 화해꾼이었다. 달문이 가는 곳엔 언제나 사람들이 모였고 사는 게 버거운 서민들에게 기쁨과 위로의 장이 되었다. ‘

 

작가의 말을 빌면, 달문은 조선 후기 거지 출신으로 의리와 신용의 상징이었던 인물이자 연암 박지원의 광문자전의 주인공, 홍신유가 지은 달문가라는 장편 시의 주인공이기도 한 실존 인물이다. 천민이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광대 달문의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진다.

 

청계천변에 움막을 짓고 사는 거지들의 왕초였던 달문, 어느 날 어린 천석깽이 병에 걸려 죽자 왕초 자리를 노리던 동갑나이 춘배는 달문이 천석깽을 죽였다고 아이들을 선동하여 왕초를 움막에서 내쫓는다. 달문이 나가자 춘배와 일당은 천석깽의 시체를 다리 아래로 던져버리고 이를 지켜보던 달문은 천석깽의 주검을 수습하여 공동묘지에 잘 묻어준다. 거지로 살았지만 사람들에게 신용을 잃지 않았던 달문은 한 상인의 도움을 받아 약방일을 돕게 되는데, 약방일을 하면서도 정직함과 현명함으로 사람들의 인심을 얻은 달문은 점차 장안에서 의리와 신용의 상징이 되어 간다. 박문수와의 인연으로 사대부들의 연회를 다니며 달문의 재주는 더욱 입소문이 났고 움막집을 나온 개똥이와 4명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연회를 소개하고 기방의 잔심부름을 하는 조방꾸니로 지내게 된다. 달문을 아는 이들에게 조방꾸니는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이는 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풍물과 팔풍무, 칠괴무와 같은 재주를 가르치고 함께 지내기 위해서였다.

 

달문이 마흔을 넘긴 어느날, 4명의 아이들과 함께 길을 나서고 전국 방방곳곳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나 장터에 한바탕 놀이판을 펼쳤다. 사람들은 누구나 달문의 익살과 해학에 감탄했고 위로를 받았다. 달문과 아이들은 양반이던, 천민이던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큰 낙으로 삼으며 더욱 열심히 재주를 부렸다. 전국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달문은 어느 새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 사이 연암 박지원선생은 광문자전을 펴내 달문의 신의와 허욕을 부리지 않는 삶을 알렸고 백성들은 그런 달문을 칭송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태정이라는 자가 달문의 인기를 이용하여 역모에 가담한 사람들을 모았고 달문은 영문도 모른 채 역모 가담자로 몰려 온갖 고문을 당하게 된다. 영조는 달문이 모함 당했음을 알았지만 왕의 위신을 세우고자 함경도로 유배를 보내 오랫동안 고초를 겪게 했다. 이듬 해 달문은 병이 든 만신창이의 몸이 되어 풀려났다. 산사람의 도움을 받아 일어 선 후 달문은 서대문 안으로 향했다. 여느 때처럼 사람들로 붐비고 있을 거리는 텅텅 비어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달문이닷누군가의 외침으로 향한 곳엔 달문이 풀려났다는 소식으로 달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달문과 아이들, 사람들이 뒤엉켜 얼씨구 지화자를 외쳤다.

 

 

달문은 못 생겼고, 보잘 것 없는 거지였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달문은 자신이 가진 재능에 감사하며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어려운 이의 주린 배를 채우는 인생을 삶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신뢰를 얻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굶주림의 시기를 겪지 않고 크는 지금의 아이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물질 만능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광대 달문의 삶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몹시 궁금하다. 아이들에게 진지한 고민과 함께 나눌 이야기 거리가 있는 광대 달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