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마세요! 전 누구보다 토드를 잘 아니까요
텔레비전을 끌 거야!
글, 그림 제임스 프로이모스
안성시립 진사도서관 장현명
“ㅇㅇ아, 텔레비전 그만 보고 와서 밥 먹어야지.”
“아아,,,엄마 이것만 보고 먹을게요.”
식탁에 억지로 앉은 아이는 밥을 든 손이 무안할 정도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어느새 눈은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다.
아이를 둔 집에선 흔하디흔한 풍경,
우리아이 버릇고치기 등의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
요즘은 이 상황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고는 하나 텔레비전은 여전히 우리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도무지 텔레비전과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아이. 말을 듣지 않는 아이.
그런데 이 아이들을 처음 그 앞으로 데려간 이들은 누구일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자.
여기 엄마, 아빠를 무지 사랑하는 토드라는 아이가 있다. 그런데 어쩐지 토드는 텔레비전과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다. 여기까진 어른들이 생각하는 흔한 아이.
하지만 토드에게도 사정은 있었다.
밖에 나가놀고 싶지만 비가 많이 오던 때, 혹은 ‘어른들끼리의 어떤 할 말’이 있을 때에도 엄마, 아빠는 토드에게 같은 말을 했다. “토드야, 텔레비전 보고 있어”
어린 토드는 부모님의 복잡한 사정을 알 리 없다. 그냥 텔레비전 앞에 앉을 수밖에.
그렇게 여차여차한 사정으로 텔레비전은 토드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제임스 프로이모스는 그림책 ‘텔레비전을 끌 거야’를 통해 바쁘다는 핑계로 자신의 역할을 텔레비전에게 미뤄버린 부모와 텔레비전과 친할 수밖에 없어진 아이의 모습을 그려내었다.
텔레비전 육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울고 떼쓰는 어린아이에게 뽀로로를 보여주고, 놀아달라며 귀찮게 하는 조금 큰 아이에겐 또봇을 틀어주며 손쉽게 어려운 육아를 해결한다.
그림책 ‘텔레비전을 끌 거야’는 텔레비전에 빠져 사는 아이들을 꾸짖을 게 아니라 어쩌면 그 상황을 만든 어른들이 반성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책 전반에 걸쳐서 드러내었다.
다시 토드의 이야기.
어느 날, 너무 바빠 학부모회의에 갈 수 없는 토드부모님에게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갈게요!”
바로 텔레비전이 한 말이다. 토드의 친구 텔레비전은 토드와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 맞아 텔레비전은 누구보다 토드를 잘 알거야”
바쁜 엄마, 아빠는 어쩔 수 없지. 텔레비전이라도 보낼 수밖에. 그때부터 텔레비전은 토드의 친구이자 부모이며 선생님까지 다방면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토드는 바쁘다는 부모와 꼭 휴가를 갈 필요가 없었다. 텔레비전이 있으니까. 텔레비전과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놀이도 하며 모든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한 번에 그은 듯한 거친 선, 흑백에 가까운 단순한 그림 속에 토드와 텔레비전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과연 토드는 행복한 걸까? 상황은 결국 텔레비전이 토드를 입양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지경까지 가고 만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엄마와 아빠는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보지만 쉬울 리가 없다. 토드는 텔레비전 흉내까지 내는 최선을 다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며 다시 사랑받는다는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이기려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묘안을 떠올리는데...
토드의 엄마, 아빠는 과연 텔레비전을 이길 수 있을까? 토드가족은 다시 화목해질 수 있을까?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결말은 이제 책을 읽을 당신의 몫이다.
유쾌한 상상과 단순한 선 안에 날 선 풍자를 담은 그림책 ‘텔레비전을 끌 거야!’
이 책은 아이들 보단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누군가의 마음속은 뜨끔 아니 따끔거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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