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마지막 이벤트 / 유은실 글 : 강경수 그림.- 비룡소. 2015. ISBN 978-89-491-2164-2
o 분야
동화책
o 추천대상
초등 고학년
유옥환 (안양시 박달도서관)
이 책은 죽음과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동화에서 보기 드문 무거운 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찡한 감동과 유머를 담아 풀어내었습니다.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빵 하고 웃음이 터집니다. 죽음이야기에 웃음이라니요? 궁금증이 더해질 밖에요. 흔히 어른들은 애도의 자리에서 아이들을 배제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할아버지와의 정이 유난히 돈독했던 12살 영욱이는 어느 날 갑작스레 79세 되신 할아버지의 죽음과 당면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잘 모이지 못하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할아버지의 면모 하나하나를 새롭게 알아갑니다. 영욱이의 눈에 비친 장례식 모습은 비단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뭉클함이 있습니다. 영욱이에게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느끼는 아들과 영욱이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동일인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다릅니다. 왜일까요?
할아버지가 준비한 이벤트, 그것도 마지막 죽음 이벤트는 지나온 삶에 대한 회환과 내생에 대한 염원이 그대로 전해져서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 나게 하기도 하고 가슴 한편이 짠해옴을 느끼게 됩니다.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죽음이라는 유한함에 있다고들 합니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는가 봅니다. 죽음은 그렇게 무섭지도 두려워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노래, 상자, 가족, 빨래, 꽃, 수의, 유서, 친구, 신문, 휴대폰이라는 주요 키워드를 통해 할아버지의 내면세계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특히, 삽화가 강경수님의 그림이 독특하면서도 위트가 넘칩니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2011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논픽션 부문 라가치상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79세의 주름진, 검버섯 가득한, 그리고 탈모가 진행됨에 따라 한층 넓어진 할아버지의 이마를 배경으로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를 찾는 영욱이와 말없이 자신의 이마를 내어주는 할아버지의 인자한 모습에서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비록 12살 어린나이이지만 할아버지의 죽음과 장례식장에서의 진지한 성찰을 통해 성숙해지는 영욱이를 만나러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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