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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당신은 기억하는지, 그 시절의 우정을

당신은 기억하는지, 그 시절의 우정을

 

평택시립도서관 사서 유현미

 

 

우정 지속의 법칙 / 설흔 지음.   - 창비.  2014

 

 

 

  이 책은 작가가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바치는 책이다. 책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우정지속을 위한 11가지 법칙과 그와 연관된 고사(古事), 영화 이야기 등이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우정 지속의 법칙을 열거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법칙을 관통하는 작가의 특별한 경험이 더해져 가슴을 울린다. 나에게 이 책이 특별했던 것은

당신은 기억하는지, 눈물겹고 그토록 힘겨웠던 우리의 어린 시절 기억하는지 ....... ” 조동진의 이 노래를 들으며 우두커니 앉아 있는 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부터다.

 

실제 작가의 분신이자 우정 지속의 법칙을 집필중인 작가로 등장하는 작중 화자 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한 친구에 대한 자책과 후회를 간직한 채 성년의 나이를 맞았다. 불쑥 찾아가기》《줄기차게 만나기등 관계의 시작을 위한 법칙들을 충족시키며 둘만의 우정을 키워간 두 소년은 함부로 대하지 말자』 『잘못을 알려주자......등 우정 지속을 위한 다른 법칙들을 지키지 못하고 끝내 가슴 아픈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는 친구가 떠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무심히 넘겨버린 약속과 친구가 받았을 상처를 떠올린다.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 친구는 대체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돌이켜 보면 마지막 순간까지도 친구는 에게 간절히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 같다. 만약, ‘가 친구의 손을 마주 잡았더라면 다른 결론에 이르렀을까? 친구가 사 준사람의 아들을 진작에 읽었더라면, 그래서 책 속 메모를 읽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선물했더라면 친구는 떠나지 않았을까?

 

후회와 자책으로 점철된 기억 속에 오랫동안 봉인해 둔 가슴 시린 지난 우정을 지속적으로 헤집어 내는 이는 주인공의 조카이다. 조카는 삼촌, 난 왜 친구가 없을까? ” 라며 뜻대로 되지 않는 우정에 대해 목하 고민 중인 중3 소년이다. ‘의 친구가 세상을 떠난 바로 그 나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삼촌과 조카의 관계야말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어 나가고 있는 현재 진행형 우정이다.

는 과거에는 비록 우정을 지키지 못한 소년이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 잊고 싶었던 아픈 기억을 애써 마주하며 우정 지속을 위해 노력 중이다. 어쩌면 우정 지속의 법칙을 쓰게 된 계기 또한 옛 친구에 대한 속죄이자 조카에게만은 우정을 지켜내겠다는 어른으로서의 다짐이 아닐까?

 

세상에 공짜가 없듯 우정도 절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우정으로 행복했던 시간만큼 그로 인한 아픔이나 고통 또한 온전히 자신이 감내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우정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쏟았을 지라도 영원히 지속되는 우정 또한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모든 우정의 끝이 종말이 아니라 그 끝에서 새로운 삶이 탄생한다는 사실이다. 작가의 고백을 들어 보자.

“ .... 나와 친구의 우정은 그것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는 내 인생 내내 나와 함께하며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오늘날 내가 얼치기 작가라도 된 것은 어쩌면 친구 덕분인지도 모릅니다. 여태껏 나는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이제 나는 친구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믿습니다. ”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함께 건너온 내 친구들, 그리고 미래의 친구들이여, 진심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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