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보푸리”
김 정 (평택시립도서관 사서)
「내 친구 보푸리」 / 다카하미 노조미, 이순영, - 2014.북극곰.
작가 다카하시 노조미의 보푸리는 사랑스럽다. 노오란 스웨터에 꼭 붙어서 금방이라도 만져질 것만 같은 보송보송한 보푸리는 가공하지 않은 동심이 담겨있어 더욱 사랑스럽다.
전작「고슴도치의 알」에서 작가는 이미 날것 그대로의 동심을 재치 있게 풀어낸 바 있다. 오리 아줌마를 따라 제 알인 양 밤송이를 품는 고슴도치는 엉뚱해서 웃음이 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원초적 감정들이 느껴진다. 밤송이를 정성껏 품으면서 그 속에서 나온 벌레를 보며 자랑하고, 또 그 모습을 보고 너도나도 밤송이를 품고 있는 고슴도치들의 모습에서 유아의 모사 본능 , 소유욕구등 유아기적 특성이 엿보인다. 주로 3-4세 발달단계에서 나타나는 애착 행동 양상을 세심하게 포착하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풀어 나가는 작가의 재능은 그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설명할 수 없지만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사랑스러움과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데, 두 번째 작품「내 친구 보푸리」에서는 더 구체적인 이야기로 표현된다.
낡아서 올이 풀리고 보풀이 일어난 스웨터를 고집하며 심부름이라는 긴 여정을 떠나는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애정이 담긴 대상을 인격화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 이야기가 공감이 가면서도 재미있다. 누구에게는 늘 물고 있던 젖병이었을 수도, 방울 장난감이었을 수도 있는 애정과 집착의 대상물. (나에게는 담요였다.) 분홍색 포슬포슬하던 담요의 감촉이 좋아 보푸리 소녀의 그것처럼 물고 빨고 그것만 좋아했었더랬다. 분홍색이 검자주색이 되도록 말이다. 그래서일까, 작품속의 보푸리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노곤해지고 만다.
심도 있는 구성도, 허를 찌르는 이야기도 아닌데 작품이 주는 감동이 녹여버릴 만큼 뜨끈하다. 몇 줄 안 되는 문장들에는 이렇듯 뜨끈함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그리고 함께 햇볕을 쫴요.’ 또는 ‘집에 오니 향긋한 우유 냄새가 났어요. 등이다.
작가가 그림을 표현하는 콜라주 기법 또한 작품의 생동감을 더한다. 질감이 손으로 만져질듯 표현된 여러 겹 그림들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엄마 무릎을 연상케 하는 털실과 보풀이라는 소재도 그렇지만, 색채 또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따뜻하다.
무엇보다 다카하시 노조미 작품의 매력은「고슴도치의 알」에서도 나타났듯 등장인물을 어떻게 하면 더욱 사랑스럽게 그릴 수 있는지를 안다는 점이다. 알을 보며 고심하기도 하고, 어마나! 하며 깜짝 놀라기도 하고,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하는 고슴도치의 앙증맞은 손짓에서부터 소녀 옆에 꼭 붙어있는 양(보푸리)까지 보는 이들은 금세 눈이 하트로 변해버리게 한다.
그림책의 매력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접하는 어린이들에게는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안내 혹은 나침반이며, 다 큰 어른들에게는 지나온 경험들로의 회귀를 돕는 그것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카하시 노조미의 두 작품은 잊고 지냈던 천연의 애착 심리와 더불어 언젠가 느끼게 될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촉매제다.
지치고 힘들 때 또는 순수한 아이로의 나를 만나고 싶다면 다카하시 노조미의 작품 「고슴도치의 알」.「내 친구 보푸리」가 손 내밀며 어서 오라 기다릴 것이다.
따뜻하고 달큰한 우유 향기를 풍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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