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놀아라
베개 아기 / 송창일 글 ; 이영림 그림
(유아부터)
부천원미도서관 사서 정영춘
최근 페이스북에서 인상깊은 영상을 봤다. 5분만 더 놀고 싶어하는 딸 아이를 보고 아버지가 만든 작품으로 기억하는데 그야말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확하게 내용을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기억을 되살려 보자면 아이가 놀이를 통해 만나는 환상적인 동심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었는데 그만 탄복하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어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구나 싶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영상의 즐거움을 글로 옮겨온듯한 한 권의 그림책을 오늘 소개할까 한다.
개암나무 출판사에서 2014년 9월 출간된 “베개 애기”(우리빛깔 그림책 3권) 가 그것이다.
베개를 아기로 투사해 엄마놀이를 하고 있는 꼬마 어린이를 그리고 있다.
본문부터 바로 책을 읽는 버릇이 있다면 이 책은 조금 다르게 접해보자.
일러두기와 작품해설을 먼저 참고할 것.
책을 지은 송창일 선생님의 고향이 북한이고, 책이 쓰여진 시기가 1940년대라는 것, 그래서 당시의 대화체를 살려 만든 사실 등은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애기”라는 단어가 생소하다면? 맞다. 아기의 북한어란다.
“두루뭉수리” (말이나 행동이 변변하지 못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라는 말의 어감도 재밌고, 아기의 울음이 터지는 장면에서의 “울음통”이란 표현이 주는 느낌은 말 못하는 베개 아기를 대하는 아이의 절절한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베개를 아기삼아 엄마 노릇을 해내고 있는 귀여운 꼬마 명애의 모습은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밤에는 베개 애기를 두 팔로 껴안고 자고 낮에는 등에 업고 놀거”나 “베개 애기 얼굴이 탈까 싶어 응달로 업고 다니는” 알뜰살뜰 무언가를 보살피는 수많은 꼬맹이 명애들을 누구나 떠올릴 것이다.
밤낮으로 껴안아 주고 업어주고 보살펴 주는 아이들의 엄마 흉내내기 놀이를 엿보다 보면 아이들도 엄마의 마음을 잘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하루하루 성장하겠지.
「명애는 베개 애기를 정말 애기로만 아는가 봐요. 한종일 업고 놀다가는 ”에그 인제 누워 자거라“ 하면서 요 위에다 제법 뉘어 놓습니다. 」
「그뿐인가요. 과자나 과일이 생기면 명애는 맨 먼저 베개 애기에게 먹으라지요.」
아이들의 무한 상상력의 세계를 엿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그림책의 강한 힘을 여러분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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