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자알~~ 노는 염소새끼와 강아지에게 빠져봅시다~~
강아지와 염소새끼/권정생 시;김병하 그림. - 창비(2014)
이수경(평택시립장당도서관 사서)
대한민국만세, 사랑이, 윤후. 감 잡으셨나요? 요즘 예능 대세인 아기들 이름입니다. 관심 없어도 이들을 모르기는 어렵습니다. 텔레비전, 인터넷 사이트, 각종 광고, 심지어 모바일용 새해인사까지 등장하니까요. 챙겨보지 않아도 아이들이 나오면 엄마미소를 짓게 됩니다. 삼둥이들의 만두 먹방은 채널 고정!을 외치지 않아도 그냥 보게 됩니다. 아기들의 순간 ‘몰입’ 능력에 ‘몰입’하는 거겠지요. ‘지금, 여기’ 많이 듣는 얘기지만 늘 우리는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를 걱정합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잘 놀 수 있는 능력. 참 매력적입니다. 요즘 우리는, 우리 아이들은 잘 놀고 있나요? 권정생의 시 「강아지와 염소 새끼」 는 폴짝 폴짝 툭탁거리며 재미나게 놉니다. 강아지가 놀자고 왔는데도 풀 뜯느라 모른척 하는 염소 새끼가 얌체처럼 보이지만 강아지는 ‘그까이꺼’ 신경도 안 쓰고 염소와 놀 궁리만 합니다. 자기랑 놀아주지 않는 염소를 제대로 약올려 ‘나 잡아봐라’ 놀이로 살살 꾀입니다. 두 친구의 놀이가 과열될 조짐이 보이자 해결사 ‘제뜨기’가 나타나니 깜짝 놀란 둘은 무엇 때문에 치받았는지 몽땅 잊어버립니다. 아마 내일도 또 재미나게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놀겠지요. 친구와 재미나게 노는 모습에 ‘하하하’ 웃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시입니다. 열다섯 살 소년 권정생의 작품입니다. 전쟁이 막 끝난 그 시절, 그 장소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울고 웃으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강아지와 염소 새끼의 뒤끝 없는 툭탁거림이 유쾌하고 발랄해 같이 놀고 싶어집니다. 권정생의 시와 김병하의 그림은 참으로 잘 어울립니다. 파란 하늘에 강아지와 염소 새끼는 동글동글 우리 아이들 같습니다.
김병하의 그림은 권정생의 시어들의 숨은 틈새를 이야기합니다. 강아지가 놀자고 부를 때 새끼 염소의 놀란 모습, 토라진 모습, 골난 모습, 강아지와 이리 저리 치받으며 뛰는 모습까지 재미나게 그렸습니다. 천진하게 그려져 더 약오르는 강아지는 또 어떻구요. 특히 김병하의 그림은 권정생의 시 ‘누가 이기이나?/누가 이기이나?’를 재미나게 표현하였습니다. 밧줄에 묶여 약만 올랐던 새끼 염소가 풀려나 도리어 강아지가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갑니다. 첫 번째 ‘누가 이기이나?’에서는 새끼 염소와 강아지는 분명 ‘도망자’와 ‘쫓는자’였으나 두 번째 ‘누가 이기이나?’는 둘 다 폴짝 폴짝 온 동산을 뛰어다니는 노는 친구사이입니다. ‘제뜨기’에 놀란 두 친구는 서로를 의지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킵니다. 저녁이 오고 둘은 아저씨와 집으로 돌아갑니다. 푸르스름 초저녁 마을은 정답게 고요합니다. 권정생의 시에 김병하의 그림으로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요즘은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이 이렇게 뛰어다니며 놀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몸과 마음의 에너지들이 쓰일 곳을 잃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의 이유로 행동하지 않고 어떤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수단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책읽기도, 공부도 그것 그대로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니 ‘재미’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재미’를 어디서 찾고 있을까요? 간만에 폴짝 폴짝 잘 뛰어노는 강아지와 새끼 염소를 보니 뛰어 놀 권리를 사라진 시절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이 책 읽고 간만에 아이들과 공원이든 운동장이든 한번 뛰어보면 어떨까요?
권정생의 시어가 쉬워 4,5세부터 들려줄 수 있고 나 잡아봐라 놀이도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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