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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단상들

기록의 힘

 

 지난 416일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애도의 행렬이 줄을 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국민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만드는건 단지 여러 사람이 희생된 하나의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수많은 고질적인 병폐들이 한데 뒤엉켜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많은 어린 생명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고 안타깝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리 곳곳의 현수막에서 볼 수 있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의 의미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반드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문제점들을 바로잡겠다는 스스로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체 한달이 되지 않았던 2014510, 한국기록관리전문가협회를 중심으로 의미있는 모임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 모임의 이름은 세월호 사고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입니다. 기록관리 분야의 전문가와 일반 시민 등 90여명이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기록물들을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에서는 안산 단원고 정문에 붙은 추모글과 그림, 쪽지에서부터 각지의 합동분향소와 시민사회단체, 종교단체 등과 접촉하며 얻은 각종 추모 모든 자료들을 수집하였습니다 또 전문적 역량을 바탕으로 추모기록 수습 방법 매뉴얼을 만들고 자원 봉사자들에게 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수집과 보존 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바람과 먼지, 접착제, 이물질 등에 훼손된 기록물을 보수하는 작업도 추모기록보존 자원봉사단의 중요한 임무중에 하나였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기록 자료들은 컨테이너 박스 3개 분량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들 기록물은 뜻있는 분들의 힘을 모아 안산시 고잔동의 한 상가 건물에 마련한 “416 기억저장소에서 분류와 정리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머리와 마음속에서는 그날의 아픔과 상처가 언제까지나 남아 있겠지만 우리 다음 세대, 그 다음세대를 거쳐가며 그 기억은 점점 희미해 질 것입니다. 하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아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다시는 그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워 줄 것입니다. 역사는 계속 반복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 그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고 그 역사는 기록을 통해 전해집니다. 지난해 4월 뼈아픈 상처를 경험했지만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 수집된 기록들은 다시 그러한 아픔을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경고하는 싸이렌이 될 것입니다.

 

기록의 힘을 새삼 다시 한번 되새기는 4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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