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때 아닌 금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5월 19일 “청년 지식인포럼 Story K”라는 단체에서 도서관의 어린이·청소년 근현대사 추천도서 42권을 모니터링하고 그 가운데 12권이 편향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발표가 있은 후 며칠 뒤 문화제육관광부와 경기도 교육청 등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도서들의 폐기 여부를 결정하여 처리하고, 해당 도서를 읽은 학생들이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지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급 학교와 도서관에 시행했습니다. 해당 출판사와 출판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출판·사상 탄압’이라고 비판하였고 도서관계에서도 도서관의 고유 권한과 전문성에 대한 도전이라고 반발하였습니다.
먼 옛날 진시황은 정치를 비판하는 일체의 행동을
봉쇄하기 위해 의약과 농업 등을 제외한 모든 책을 불태워 버렸고, 히틀러는 ‘비(非)독일적’ 서적들을 베를린 광장에 쌓아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올해 초에는 IS는 순수한 이슬람 국가를 세운다는 명분하에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의 도서관에 소장된 11만 여권의 책을 불태워 이슈가 된바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굵직굵직한 ‘분서’ 사건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특정한 사상과 정보를 담은 ‘책’을 인위적으로 읽지 못하도록
금지했던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의 사례에서와 같이 정치색이 강한 도서와 성적으로 선정적인 도서, 특정 종교의 이념에 반하는 내용을
담은 도서 등은 시대별로 금서의 주요한 타겟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고전으로 평가받는 ‘레미제라블’이나 ‘1984’, ‘군주론’, ‘수호전’,
‘열하일기’ 등 국내외 수많은 도서들이 금지의 대상이었습니다.
어떤 책을 읽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어쩌면 책이 가진 ‘보이지 않는
막강한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시각에서 봤을 때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책 또한 도서관이 보듬어 안고
다음 세대에 전승해야 할 ‘수집 대상’입니다. “도서관인 윤리선언”에서는 ‘도서관인이 지식자원을 선택, 조직, 보존하여 자유롭게 이용케하는
최종책임자로서 이를 저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배제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꼭 필요한 이유 중에 하나도
거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