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부터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습니다. 엄밀히 얘기하면 새로 도입된 규정이 아니라 기존에 시행되던 도서정가제의 적용 범위가 보다 엄격해 졌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정가’라는 표현도 무조건 책에 표시된 가격을 ‘정가’ 그대로 받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할인율 제한 규정’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서민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할인율을 높여 적은 비용으로 보다 많은 책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도서정가제는 시행전부터 “제2의 단통법‘이니 해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새로 개정된 도서정가제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독자입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기존에 신간 도서를 구입할 경우 정가의 10%와 판매가의 10% 간접할인을 합하여 최대 20%까지 할인을 받아서 구입할 수 었습니다. 그런데 그 할인 범위를 최대 15%로 제한하였습니다. 특히 마일리지 등이 아닌 가격할인은 최대 10%로 못박았습니다. 신간 도서의 경우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발행된지 18개월이 지난 도서입니다. 이전에는 발행 18개원 이전 도서에 대해서는 할인율 제한이 없었습니다. 실용서나 학습 참고서는 아예 발행일과 상관없이 적용을 받지 않았습니다. 한때 이러한 틈새를 악용(?)하여 번역서를 영어교육 실용서로 둔갑하여 도서정가제의 감시를 피하려는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다만 새로 개정된 도서관정가제에서는 18개월이 지난 도서의 경우 출판사에서 정가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도서관입장에서는 도서의 서지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가격이 들쑥날쑥하면 관리측면에서 상당히 번거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이 고민해야할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전까지 도서관은 사회복지시설이나 국가 지자체 등과 함께 정가제 적용 예외 기관이었습니다. 도서정가제와 상관없이 입찰을 통해 가장 할인율을 적용한 납품사를 선정하여 도서를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일반 개인이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보다 많은 책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내용에서는 도서관도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자료 구입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입니다.
아직 시행 초기여서 새로 개정된 도서정가제가 얼마나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당장 내년 살림살이를 준비해야 하는 도서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만 갑니다. 도서관의 자료구입 예산은 동일한데 정가 그대로 구입하라고 한다면 애초 도서정가제의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시민들의 도서관을 통한 독서 향유권은 점점 열악해져 갈 것입니다. 때문에 도서관이 보다 많은 자료구입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출판 생태계도 살리고, 시민들의 독서 권리를 높이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우리 동네 도서관의 내년도 살림살이가 어떤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때입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 팀장 송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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