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라면 '사서'가 필수입니다.
지난 6월 19일 파주출판단지에 ‘지혜의 숲’이라는 책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8m높이의 서가에 50만권의 장서를 24시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설명하면서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붙어서 약간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책이 많은 곳이 꼭 ‘도서관’일 필요는 없습니다. 서점도 있고, 서재도 있고, 문고도 있고, ‘지혜의 숲’이라는 명칭도 좋습니다. 그러나 책이 조금 있으면 으레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문제이지 않을까요?
학원도 도서관, 서점도 도서관, 때로는 책이 좀 꽂혀있는 서가조차 도서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혼란만 가중될 것입니다. 도서관은 도서관에만 사용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에 ‘도서관’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적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이용하고, 접해본 것이 몇 해 안되기 때문일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 우리 모두에게 도서관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넓고 깊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도서관법’에 따르면 도서관은 수집, 정리, 분석, 보존, 제공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자료의 수집, 정리, 분석, 보존, 제공을 위해서 자료와, 공간과, 사람(사서)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도서관법시행령에는 도서관의 시설, 자료, 사서에 대한 법적인 기준을 정하고, 도서관이 해당 정보이용의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도서관’을 만들어 가는 일에는 전문적 교육을 받은 ‘사서’가 필수입니다. 책을 분류하고, 구분하고, 목록을 정리하는 일과 도서관의 체계를 갖추는 일, 그리고 이용자를 만나고, 그 각기 다른 정보 및 자료의 요구에 부응하는 일. 이런 일을 하는 이가 ‘사서’입니다.
"도서관"이라 함은 도서관자료를 수집·정리·분석·보존하여 공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조사·연구·학습·교양·평생교육 등에 이바지하는 시설을 말한다. <도서관법 제2조 1항> |
파주 ‘지혜의 숲’은 또 다른 새로운 시도라고 봅니다. 그것이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책 읽는 인구를 늘려줄 수 있다면 그것은 환영할 만 한일입니다. 그러나 ‘지혜의 숲’에 사서가 없고, 원칙이 있는 수집과 체계적인 분류, 정리로 자료를 보존, 제공하지 않는다면 '도서관'이 될 수는 없겠죠.
파주 지혜의 숲 전경, <출처>파주출판문화재단
그러한 면에서 지혜의 숲은 '도서관'이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겠지만 도서관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도서관의 미래의 대안이 될 수도 없겠죠.
도서관은 도서관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또 지혜의 숲은 그대로 자유로움 속에서 그 역할을 해 주리라 믿습니다.
도서관이 아무리 많아도 서점이 필요한 것처럼 서점이 아무리 많아도 도서관이 필요합니다. 책 읽는 사람이 많고, 개인들이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더라도 도서관은 필요합니다. 도서관은 현재의 자료를 갖추고 제공하는 역할도 하지만, 과거와 미래를 그 지식의 역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깐요. 책 읽는 사람이 많아도, 적어도 여전히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책’이 가득한 공간이 생겨 매우 반갑습니다. 파주 ‘지혜의 숲’이 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독서 인구를 더 넓혀주는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 경기도사이버도서관 사서 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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