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평택시립도서관 사서)
드레스 입은 남자친구/신여랑 글, 오승민 그림. - 한겨레아이들(2013) 멋진 여자가 좋아2.
초등저학년부터
「몽구스 크루」「이토록 뜨거운 파랑」의 작가 신여랑의 『멋진 여자가 좋아』는 초등 3학년 다래의 초경치례를 다룬「특별한 날의 엉망진창」, 다르다는 것에 갈등을 다룬 「드레스 입은 남자친구」, 아빠와 딸의 소통을 다룬「아빠 딸은 어려워」등으로 이뤄져있다. 「드레스 입은 남자친구」는 남다른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또한 타인의 취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만 멋진 일임을 이야기해준다. 다래는 할머니가 사 주신 드레스를 입고 싶지만 공주병이라 놀림 받을까 입지 않는다. 다래네 반에 두 명의 전학생이 오고 다래는 작고 뚱뚱한 남자아이 강수와 짝이 된다. 강수는 다래의 머리띠와 무릎 양말의 ‘깔맞춤’을 눈치챌 정도로 섬세하다. 다래의 보석 박힌 분홍머리띠에 대해서 “그것도 근사하겠다”라고 말하는 ‘강수는 그냥 남자애랑 조금 다’른 남자아이다. 다래네 반이 하는 ‘무조건 파티’ 주제를 아이들이 정할 수 있게 되자 다래는 친구들과 ‘꾸미기 파티’를 준비한다. 그 날 꾸미기 파티에 강수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특별한 의상을 선보인다. 그 날 이후 강수는 반 친구들의 놀림반, 따돌림반의 대상이 되고 다래 또한 강수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혼란에 빠진다. 강수의 ‘근사하다’는 말을 좋아하던 다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책을 읽으면 강수의 남다른 취향도, 다래와 친구들의 혼란스러움도 공감이 된다. 책을 보며 오래 동안 묻어두었던 기억 하나를 불러왔다. 도서관에서 막 일을 시작하던 무렵 독서모임을 준비하던 중에 만났던 여자분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첫 사랑이 여고동창생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름 다른 이의 취향에 열려있다 자신만만했으나 현실에서 만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충격이었다. 남과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용기뿐 아니라 다른 이의 다름을 수용하거나 응원하는 것도 남다른 용기임을 알게 되었다. 여섯 단계만 지나면 아는 사람이라는 지정학적 한계인지, 파란 많은 역사적 현실에서 나온 것인지 우리 사회는 ‘다른’ 것에 민감하다. 모난 돌 없이 평온한 다래네 반에 강수라는 남다른 돌덩이가 생겼다. 벌써 아이들은 강수 뒤에서 쑥덕거리고 피하기 시작한다. 강수와 ‘근사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다래는 강수를 징그럽다고 하는 아이들과도 어울릴 수 없지만 강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기도 힘들다. 혼란스러운 다래에게 이모는 “거참, 남자애가 말이야. 그렇게 보기 드물게 도도하면 곤란하지.”라고 말한다. 「드레스 입은 남자 친구」는 왕따를 당할지언정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그런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넓은 시선을 응원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학년부터 읽을 수 있으니 다문화 사회, 다름에 대한 사례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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