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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라두 아저씨가 남긴 선물

라두 아저씨가 남긴 선물

안성시립도서관 이지연

 

 

라두 아저씨가 남긴 선물 / 피터 프렌더개스트 글, 로스 스튜어트 그림, 김루시아 역. - 초록개구리. 2013.

 

어른이 되어서도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하물며, 가족이 전부이던 어린 시절에는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더 강할 것이다. 다르다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진실하고 따뜻한 깨달음이 잘 드러난 책이 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림책 <라두 아저씨가 남긴 선물>이다.

주인공 조는 건축기사인 라두 아저씨가 오면 건축에 관하여 이것저것 물어볼게 참 많았는데 라두 아저씨는 루마니아에서 온 이민자로 불어를 할 줄 몰라 크게 실망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루마니아에서 이민 온 건축기사 라두 아저씨는 조가 웃어주면 마주 웃어주고, 조가 자기 안경을 가리키면 자기 안경을 가리키고, 조가 손가락으로 자기를 향하며 자기 이름을 부르면 라두 아저씨도 이름을 불러준다. 신기한 일 투성이인 건축일을 조는 라두 아저씨 옆에서 도우며 배운다. 조가 갑자기 수두에 걸려 누워 있게 되자 착한 라두 아저씨는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조에게 사과를 준다. 병이 낫자마자 조는 라두 아저씨께 간단한 말을 가르쳐 주고 서로 먹을 것을 나눠먹으며 건축을 완성해 간다. 점점 헤어질 시간이 다가올 것을 예상치 못한 조는 멋진 방이 완성되자마자 환호성을 지르기는 커녕, 울음을 터뜨린다. 라두 아저씨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한 후, 조는 라두 아저씨와 추억이 담긴 줄자를 가지고 학교에 간다. 에스토니아 나라에서 온 새로운 친구와 학교 벽, 학교 기둥, 교실 문, 창문, 교문을 줄자로 재며, 함께 다닌다. 그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 조에게 어디서 에스토니아 말을 배웠냐고 묻는다. 조는 루마니아 말과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고 답한다.

라두 아저씨의 고향 루마니아는 2007년 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서유럽으로 이민자들이 많이 이주했다고 한다. 서유럽에서 이주민들을 받아들였을 때 고민들이 이 책에도 잘 나타나 있다.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는 우리 현실에도 피부색이 다르고 말과 억양이 달라서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귀여운 조가 펼치는 깜찍한 행동들은 그림책을 보는 내내 웃음짓게 만들었는데 마지막 루마니아 말 한마디 못하는 조가 선생님께 한 대답은 정말 감동을 자아냈다. 말이 유일한 소통이 아니라는 깨달음 말이다. 불어를 못하는 라두 아저씨와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조의 변화는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을 열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고, 서로 정을 나누면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 모두 조처럼 마음을 크게 열고 세상을 크게 보면 살맛나는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지지 않을까? 우리 모두 라두 아저씨가 남긴 선물의 의미를 되새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