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고, 덮고, 또 다른 책을 만나는 즐거움.
이 작은 책을 펼쳐봐/ 제시 클라우스마이어 지음, 이수지 그림, 이상희 옮김, 비룡소, 2013
수원태장마루도서관 사서 양유진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가로 210mm, 세로 288mm의 이 그림책은 결코 ‘작은 책’이 아니다. 더욱이 표지에 그려진 수많은 책 중에서 과연 어떤 책이 작은 책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정말 작은 책이 펼쳐진다. 그리고 겹겹이 펼쳐지는 책들을 보며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펼쳐봐······ 조그만 빨간 그림책. 그리고 무당벌레 이야기를 읽어 봐.
무당벌레가 보는 책은······ 조그만 초록 그림책”.
펼쳐지는 그림책은 여섯 권이고, 그림책의 색깔과 배경그림은 다음 등장인물을 추측하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한다. 무당벌레에서 개구리, 토끼, 곰, 그리고 마지막 인물까지 주인공들은 점점 커지는데 책은 작아진다. 제일 작은 책은 과연 누가 읽을까? 반복적인 구조를 통한 상상의 재미와 더불어 색과 형태의 조화는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짧은 그림책이지만, 책과 독서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책이다. 책을 펼치고 덮는 것의 의미를 책의 판형, 색깔, 크기, 등장인물 등 모든 요소를 조화롭게 사용하여 이야기를 극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책을 만나는 설렘을 전해주고 있다. 또한 앞 뒤 면지까지 눈여겨 볼만하다. 앞면지에는 회색 물방울이 가득 채우고 있다. 뒷면지에는 다양한 색의 물방울들이 같은 형태로 채워졌다. 많은 책을 읽고 나면 우리의 정신이 풍요로워지는 것처럼 앞 면지와 뒷면지의 변화는 책 내용을 극대화시키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책을 보는 것과 책을 펼쳐 보는 것은 분명 다르다. 펼쳐봄은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시작이며 만남이다. 그 만남은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한 권의 책은 또 다른 책에 대한 관심이고 또 다른 만남이다.
이 그림책은 어린 시절 작은 책들을 펼쳤던 즐거움을 간직한 미국의 작가 제시 클라우스마이어의 첫 작품이지만, 그림을 그린 이는 <거울속으로>, <파도야 놀자>, <그림자놀이> 등으로 책의 외형, 형태적인 면까지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겼던 이수지다. 영화 속 까메오처럼 마지막 장면에 그려진 그녀의 책 <파도야 놀자>와 주인공 여자아이의 등장은 이수지의 그림책을 즐겨보는 독자에게는 반가운 인사다.
책을 넘길 수 있는 4세의 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두에게 권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직접 작은 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수많은 이야기가 새롭게 만들어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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