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다시 한번 소중해지는 시간
한 사람 부족해! / 이마무라 아시코 글, 정은지 옮김, 고현아 그림. - 산수야 2013.
군포시 산본도서관 한선영
표지를 보면 나무를 바라보는 남매와 뒤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의자가 누군가의 빈자리를 연상하게 한다. 그렇다. 이 책은 사고로 가족을 잃고 그 빈자리로 고통을 받는 가족들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시노, 고토노, 슈토 3남매는 어느 집이나 그러하듯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낸다. 그 중심에 있는 맏이 시노는 엄마처럼 늘 동생들을 챙긴다. 어느 여름날, 축구공이 잘못 튕겨 공을 잡으러 가려던 슈토를 구하려다 시노가 사고를 당해 하늘나라로 간다.
자신을 구하려다 사고를 당하는 누나를 눈앞에서 목격한 슈토는 그날 이후 아기처럼 모든 행동이 퇴행한다. 시노의 죽음 후 가족 모두가 힘들다. 부모님은 술을 위로로 삼고 싸움이 잦아져 집안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고 이대로 가면 도저히 안될 거 같아 고토노는 외할머니한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한다.
한걸음에 달려오신 할머니는 힘겨워하는 가족들의 아픔을 차근차근 보듬는다. 할머니의 노력에도 슈토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과로로 할머니가 쓰러지자 슈토는 또 가족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할머니를 구해낸다. 할머니도 회복하시고 가족들도 서로를 격려하며 슬픔을 가슴에 품었지만, 다시 웃는 이야기이다. 다시 웃지만, ‘한사람 부족해!’ 하고 가족 모두 느끼는.
소중한 가족을 사고로 잃는다면? 그 사고가 나로 인해서라면? 아…. 생각만으로도 힘든 큰 고통이다. 충격에 애기같이 변한 슈토의 모습은 읽는 내내 안타까웠다. 가족들이 아무리 위로하고 감싸주어도 어쩌면 슈토는 평생 마음의 짐을 덜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슈토는 할머니가 쓰러지신 위기상황에서 다시 힘을 내어 일어났다. 그리고 손 내밀어주는 누나 고토노 덕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누나를 잃었다는 슬픔과 자책감에 힘들어하는 슈토를 보며 힘이 되어 주고자 노력하는, 시노 대신 이제 맏이의 역할을 하는 고토노를 보면 큰일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동화이지만 충분히 우리에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어린이들이 겪을 때의 슬픔과 충격은 더 할 것이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슬픔과 충격에서 헤쳐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간을 가족과 함께하며 서로 보듬는다면 한결 수월하게 견뎌 낼 수 있을 것이다.
서로 감사해야 할 일이 가장 많은 가족에게 마음은 있지만 ‘고맙다’는 말이 쉽게 안 나오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가장 힘이 되고 소중하면서도 한 사람이 빠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이 동화를 읽으며 나 또한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을 갖았다.
초등 저학년이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이지만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을 이해하면서 읽기에는 3학년 이상이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원작에서는 동화만 있고 그림은 없었으나 번역 출간하면서 그림이 그려졌다. 그림이 없었다면 더 생각할 시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누군가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견뎌내야 하는 일이기에 무거운 동화이지만, 이 책을 읽고 더욱 성장하기를 바라며 추천을 한다.
죽음, 가족의 죽음이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다. 이런 슬픔을 묵묵히 견디고 그 안에서 딛고 나오는 것을 보며, 고토노와 슈토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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