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라면 누구나.
- <시튼 동물기>, 고은 글, 한병호 그림, 바우솔, 2012
동물병원을 지나갈 때였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 몇 명이 펑펑 울고 있었다. 자신이 키웠던 애완동물의 이름을 부르며, 서로 부둥켜 안아주며 슬픔에 잠김 그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죽음을 설명해주어야 할지 잠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또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어렵다.
어린이에게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이해시켜 줄 수 있는 그림책을 한 권 만났다. <차령이 뽀뽀>를 통해 동시집을 낸 적이 있던 우리 대표시인 고은의 시 한편이 한병호의 그림과 조화롭게 펼쳐진 <시튼 동물기>가 바로 그 책이다.
엄마와 차령이는 잠들기 전, 책 <시튼 동물기>를 자주 읽는다. 차령이는 그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이리왕 로보와 회색 곰 와프의 당당한 죽음이 좋아요” 엄마는 덧붙인다. “이 세상 생명은 다 죽는단다.” 차령이는 엄마의 말을 이해한다. 실제로 시인의 딸 이름은 차령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시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책을 읽고 나서 부모와 자녀가 나누는 대화가 시에 자연스럽게 담기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까지 전해주는 울림이 크다. 뿐만 아니라 밝은 색채로, 늑대와 로보의 삶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그림은 시의 특성과 맞닿은 듯이 잘 어울린다. <새가 되고 싶어>, <황소와 도깨비>, <그림책 연어> 등 뛰어난 작품활동을 보이고 있는 한병호의 작품답다.
어린이 문학에 있어 죽음이란 소재는 풀어내기 힘든 소재임에는 분명하다. 그 결과로 인한 주변 사람들의 아픔을 조명하는 것보다, 멋지게 당당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이 그림책처럼 아이들에게 더 큰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아닐까?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알아, 나도 알아”라는 아이가 내린 결론까지 아이들의 시선과 과님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이 시는 짧다. 하지만 다양한 겹쳐 읽기를 해본다면 더욱 재미있는 독서경험이 될 것이다. 부록으로 실린 안선재 교수와 이상화 교수가 교차 번역한 영문시는, 읽는 이로 하여금 다른 언어로 시를 읽는 재미를 선서한다. 또한 어니스트 톰슨 시튼의 <시튼 동물기>를 직접 읽어보고, 다시 그림책을 읽어본다면, 고은의 시가 더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양유진(태장마루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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