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 괜찮나요?
비정규씨 출근하세요?/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 지음/사계절(2012)
(추천 연령 : 초등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우리 삶, 괜찮은가 진짜 묻고 싶다.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죽음은 넘쳐나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겠다는 것을 막는 시대에 살고 있다. 2011년 11월 현재 비정규직 비율은 49.2%이고 임금은 정규직의 48.5%를 받는다. 전 인구의 반이 비정규직으로 같은 일을 해도 절반의 임금을 받는 사회지만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유령’이다. 비정규직은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처럼 취급한다. 방송 드라마에 ‘비정규직’ 직장인은 찾기 힘들고 먹기 살기 위해 파업하고 시위하는 사람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진정한 판타지 세계를 드라마가 구현하고 있나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는 다른 이들의 삶을 쉽게 재단한다. 사회 각 부분에서 한 축을 이루며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간병인이나 청소노동자들의 인권, 겉으로 화려하고 속으로 곪는 방송이나 영화계의 스텝들의 처우개선 등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괴로움에 처해있다. 얼마 전 트위터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대나무숲’은 사회 요소요소에 숨어 있는 부정 비리의 조각들이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조직이 시스템으로 구축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간병인, 방송작가, 시간제 강사의 모습은 49.2%를 차지하지만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을 공적 공간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그림일기와 만화로 보여주는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단편 동화와 요리법, 만화, 보고서 등으로 다양하게 꾸며 ‘비정규직’과 가족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비정규직을 정면에서 다뤘지만 책은 꽤 웃기다. 무라카미 류가 ‘즐겁게 사는 최고’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강정연, 김해등이 쓰고 조승연이 그린 강대희네 “일단, 걷고 나서 하이킥”은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성공 모델을 정면에서 걷어찼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인구의 절반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 놓고 모든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미친 자기계발의 논리를 걷어차기 위해 우선 ‘멘토 강대희’의 말처럼 걸으며 자신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어디에 살건 무엇을 하건 이 땅에 살고 있으므로 당당히 내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163쪽을 꽉 채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나를 더 잘살게 해달라는 요구는 부당한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나의 권리라는 점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직업이나 진로지도용 가운데 비정규직을 다룬 첫 번째 아동책일 것이다. 서문의 김순자씨의 말처럼 청소노동자들을 공부 안한 사람들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이수경(평택시립도서관 사서)
'사서들의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머리에 햇살 냄새 (0) | 2013.05.14 |
---|---|
'다른 것'은 이상한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에요 (0) | 2013.05.09 |
모두가 함께 뛰는 운동회 (0) | 2013.05.09 |
서찰을 전하는 아이 (0) | 2013.04.18 |
헝겊 위에 피어난 들꽃 (1) | 2013.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