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은 이상한 것도, 나쁜 것도 아니에요.
하남시립도서관 사서 김윤진
부엉이 아파트 / 김하늬 글 ; 도리나 테스만 그림. - 스푼북. 2012년. 9,800원.
초등학교 저학년
중·고교는 불교계, 대학은 개신교계 미션 스쿨을 다닌 나. 각 종교에서 가장 큰 종파의 학교였기에 이 시절만큼은 서로 ‘다른 것’을 접했을 때 나타난 반응에 대한 경험을 가장 많이 했을 거라고 믿는다.
중·고교 시절, 불교 수업 시간마다 법당에 가서 부처님께 절을 해야 했는데, 개신교를 믿는 학생들에게는 ‘신앙을 거스르는 행위’가 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불교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절을 해 보는 것은 어떻겠니? 친구는 우상이 아니잖아.’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한편, 기독교에 관한 첫 수업을 듣게 되었을 때 교수님이 기독교 신자에게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 당신의 인도에 따라 이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으니 꼭 천당에 갈 거라고 하였고,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그것이 꼭 이상하고 나쁜 것인 양 말씀을 하셔서 마음이 상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부엉이 아파트’ 속 ‘다른’ 존재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페이지를 넘길수록 호기심이 일었다.
‘부엉이 아파트’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르다’라는 것을 부엉이 ‘빛초롱’의 이야기를 통하여 풀어내고 있으며, 우리나라 작가가 글을 쓰고 도리나 테스만이라는 독일 작가가 그림을 그려 화제가 된 그림책이다.
깊은 숲 속 기우뚱 서 있던 책장이 부엉이들이 사는 아파트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어느 날, 부엉이 아파트 501호에서 아기 부엉이 ‘빛초롱’이 태어났다. 그런데 이름과 달리 눈은 반쯤밖에 떠지지 않고, 밤에는 잠을 자고 낮에 열심히 울었다. 보통 부엉이처럼 곳간을 채우지 않고 필요한 먹이는 그때그때 사냥을 나가 구하기 일쑤였다. 조금 다른 ‘빛초롱’을 바라보는 어른 부엉이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빛초롱’의 엄마는 ‘빛초롱’을 나무라지 않았다. 결국 어른 부엉이들은 어린 부엉이들에게 ‘빛초롱’과 놀지 말라고 일렀다. 꼬마 부엉이들은 ‘빛초롱’을 놀려 댔고, ‘빛초롱’ 역시 놀리는 건 안 된다는 노래를 지어 불렀다. 꼬마 부엉이들은 점점 자신들이 겪어보지 못한 한낮의 숲에 대한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고, ‘빛초롱’과 함께 햇살로 목욕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의 외출은 들키고 말았고, 조릿대로 눈을 가린 채 아파트에 갇히는 벌을 받게 되었다. ‘빛초롱’은 자신 때문에 벌을 친구들이 받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친구가 되어 모두 함께 한 일이었기에 아무도 ‘빛초롱’을 탓하지 않았다. 꼬마 부엉이들은 ‘빛초롱’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눈을 감고 상상하며 자신들의 꿈을 그렸다. 세상에는 곳간을 채우는 일보다 더 멋진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꼬마 부엉이들은 곳간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한 어른들의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즐기기 시작했다.
만약 ‘빛초롱’의 엄마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자신의 아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만들려고 강요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 보았는가?
‘다른 것’은 그저 ‘다른 것’일 뿐이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다르다’에 대한 느낌을 아이들에게 심어준다면, ‘다른 것’을 이상하고 나쁜 것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차이에 대하여 이해하고 그것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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