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친구 되기, 그리고 우리 아이와 친구되기
겨 울눈이 들려주는 학교 숲 이야기
노정임 글 ․ 안경자 그림 / 철수와영희 / 2012년 2월
요즘의 엄마 아빠들은 너무나 바쁩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사이클에 맞추어 살아가느라 우리의 아이
들과 자연을 함께 돌아볼 여유가 많이 부족하지요. 하지만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고서도 마음만 먹으면 아파트 주변, 가까운 학교, 인근 공원에서
우리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요. 갖가지 나무와 식물 그리고 곤충들까지요.
주변에서 흔히 봐왔던 나무이지만 “아빠 이 나무 이름은 뭐에요?”, 주변에서 흔히 봐왔던 꽃이지만 “엄마 이 꽃은 무슨 꽃이에요?” 하고 아이들이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해 주기 어려웠던 경험을 가지고 있나요? 어림짐작으로 대답을 해주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부모들이라면 앞으로 있을 가족 소풍에 이 책을 가지고 떠나라 권하고 싶네요.
이 책은 [철수와영희 그림책]이라는 생태 그림책 시리즈 중 4번 째 책으로 봄, 여름, 가을에 이은 겨울 생태 그림책이랍니다.
책 표지에는 학교 담장에 서 있는 겨울나무와 갖가지 나뭇잎 그리고 꼬마 캐릭터 하나가 자리 잡고 있네요. 갑자기 동요하나가 입에서 맴돌아요.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바로 겨울나무라는 동요지요.
그럼 이제 책장을 넘겨 우리 함께 외로운 겨울나무를 찾아가 보기로 할까요?
우리의 안내자는 은행나무의 겨울눈입니다. 아까 표지에서 잠깐 보았던 꼬마 캐릭터가 바로은행나무의 겨울눈이었군요! 겨울눈이란 나무에 봉긋이 달려있는 자그마한 싹으로, 비늘이나 털로 단단히 덮여 있어서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는대요. 여러 해를 사는 나무에게 겨울눈은 아주 중요한 존재라는군요. 봄이 되면 바로 이 겨울눈 속에서 잎과 꽃이 피어난다고 합니다.
아! 겨울눈 꼬마친구가 겨울 학교 숲으로 들어가자고 재촉하네요. 어서 따라 오세요.
먼저 감나무를 만났군요. 꼬마친구는 나무의 간략한 특징과 그 쓰임새 등에 대해 요약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페이지 상단에는 감나무의 학명, 줄기의 특징, 잎차례, 꽃피는 때와 열매 맺는 때를 작은 글씨로 기록해 참고하도록 배려했네요. 그리고 실제 나무의 겨울눈, 잎, 꽃, 열매, 나무껍질 등은 세밀한 그림으로 표현하여 단박에 어떤 나무인지 쉽게 알아챌 수 있도록 했고요. 그림은 맑은 수채화 느낌으로 거의 실물처럼 느껴져요. 고운 붉은 색의 말랑말랑해 보이는 감이 참 먹음직스럽게 보이네요. 페이지 한 쪽 귀퉁이에 풋감, 곶감의 모습에 더하여 감물을 들인 갈옷까지 그려놓아 정말 한 페이지에서 감나무의 일생을 모두 돌아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마치 한 권의 동화책을 읽은 것처럼.....
다음은 개나리 나무에요. 샛노랗게 핀 화사한 개나리가 봄의 왈츠를 들려주는 듯 경쾌해요. 역시나 겨울눈을 비롯하여 나무껍질 모양, 나뭇잎, 열매의 모습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죠. 친절하게도 개나리와 모양이 비슷한 영춘화를 그려 넣어 실제 자연에서 관찰할 때 헷갈리지 않고 잘 구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요.
무궁화나무 편에서는 무궁화나무를 소개한 뒷면에 여러 나라의 나라꽃에 대한 설명을 추가로 삽입하고 있어요. 독자가 궁금해 할 수도 있는 질문을 예측하여 미리 답변을 해준 것 같아 세심함이 느껴지는군요.
이렇게 한 페이지에 나무 한 개씩, 겨울나무의 모습뿐 아니라 그 나무의 한 살이를 자세하게 담아 놓아서 보기에는 얇은 그림책이지만 무려 40종의 나무들이 실려 있어요. 비교해 볼 나무 37종을 합하면 모두 77종이나 되는 나무들의 정보를 담고 있는 셈이지요. 정말 이만하면 참으로 편리하고 유용한 나무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겠네요. 그 뿐인가요? 그 나무에 살거나 자주 나타나는 곤충, 벌레, 새 등의 동물들도 친절하게 그려 넣어 현장학습이나 가족들과의 나들이 때 좀 더 풍부하게 자연을 관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에요.
가나다순으로 전개된 나무의 소개는 회양목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세밀화를 통하여 40종의 나무 하나하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 덕분에 나무와 부쩍 친해진 느낌이 듭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찾아보고 싶은 나무가 있다면 맨 뒷부분의 색인을 참고하세요.
‘겨울눈 찾아보기’, ‘우리 이름으로 나무 찾아보기’, ‘학명으로 찾아보기’ 같은 색인을 마련하여 각종 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과서와 관련이 있는 단원도 표시해 놓아 학습에 연계성도 꾀했고요.
겨울눈을 따라 만나본 나무의 세계, 그 여정이 즐겁고 재미있었나요? 흥미롭고 유익했다면 오늘 바로 아이들 손을 잡고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주변에 서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대해주는 나무들과 친구가 되어보고, 나무와 곤충을 통해 우리 아이들과도 친구가 되어보는 시간! 아마 삶의 여유와 행복감을 선사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거에요.
홍미정 (동탄복합문화센터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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