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서평대상 서지사항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반비, 2016.
471 p.; 20 cm.
ISBN 9788983717863 : 17,000₩
o 분야
성인
o 추천대상
고등학생이상 성인
o 상황별추천
우리아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는 부모
아이의 변화가 신경 쓰이는 부모
집이나 주위에 우울한 사람이 있는 경우
이연순 (수원시 반달어린이도서관)
솔직히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우연히 이 책의 표지를 봤을 때는 몇 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제자리에 꽂았다. 그렇지 않아도 차라리 소설이나 꿈이었으면 하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을 통해 소개되며 피해자를 애도할 슬픔과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있는 마당에 가해자까지 나서서 무슨 변명을 하며 우리를 힘들게 하려나 하는 섭섭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 책은 1999년 4월 20일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격사건을 일으킨 두 명의 가해자 중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가 아들의 충격적 살해와 자살사건에 대해 16년에 걸쳐 되집어 보며 쓴 참회의 책이다.
책의 전반부는 압도적으로 슬프고 고통스럽다. 왜냐하면 미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이 콜럼바인 사건을 기점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처절하고도 처참한 상황에 놓여지게 되는 생생한 묘사 때문이다. 아들이 초래한 비극에 대해 피해자와 가족, 지역과 국가를 넘어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질타와 책임을 받아들이고, 어떤 해명과 고통 분담도 통할 수 없는 가혹한 현실에 처한 저자와 그녀 가족의 형벌적 삶은 일반적 상상력을 넘어선다. 후반부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양육자로서 자녀가 자기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해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신호를 놓치거나 과소평가할 때 우리가 치러야할 무참한 대가를 헤아려보게 함으로써 부모역할의 막중함을 깨닫게 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미국의 정서와 사회시스템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가해자를 향한 비난일변도의 윤리, 도덕적 잣대만이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주장도 공감하고, 한편으로 변호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에서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 다니는 거지”(1부3장)라고 말하는 핀치 변호사처럼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속에서 자신과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선함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사회의 일면은 시간을 두고 곱씹어 볼 일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참사의 규모, 사랑으로 키우며 잘 성장하고 있다고 믿었던 자식의 배신, 평범하고 행복했던 가정의 몰락, 피해자 가해자 할 것 없이 함께 처해진 안타까운 현실, 범위와 기간을 가늠할 수 없는 파급의 정도는 실로 참담하다. 그럼에도 이 책이 지닌 가치는 대부분이 피해자 시선에서 사건을 다룬 것에 반해 가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철저하게 규명함으로써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살펴보고, 재발방지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아 보일 수 있다는 수 클리볼드의 뼈아프며 두려운 고백은 오늘 우리아이의 모습에 미묘한 변화는 없는지 살피게 하고, 아이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성찰로 이끈다.
우리가 과거(역사)를 알려고 하는 것은 과거(역사)란 반복되기도 하고 피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우리 가정에서, 사회공동체에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나아가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삶이 위기에 처하기 전에 감지하고 도울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모든 이에게 더 안전한 장소가 될 것이다. 더 이상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니면 사건의 범위와 충격이 최소화되어 소중한 한사람이 누려야할 마땅한 미래가 지켜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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