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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흑기사 황보찬일

o 서평대상 서지사항

흑기사 황보찬일 / 소중애. - 교학사. 2015. ISBN9788909192941

o 분야

동화책

o 추천대상

초등고

o 상황별추천

 

 

 

박지원 (안성시립 공도도서관)

 

 

착한 것은 나쁜 것일까? 흔히들 아이들을 보면서 착하게 자라나라고들 한다. , 누군가에게 너는 참 애가 착해. 라고 하며 칭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착한 것이 마치 욕 처럼 쓰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착하기만 해서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든지, 착하기만 한 건 호구 같다든지. 모두들 착하게 살아야 한다면서도 자기 자신만의 이익이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착하기만 한 건 자신의 이익을 챙기지 못하는 바보일 뿐이다.

 

그러나 여기, 우리에게 다시금 착한 게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전학생 3명이 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요란한 옷을 입고 다니는 연비, 앞머리가 눈을 가려 음침해 보이는 경호, 말투가 이상한 찬일이까지. 주인공인 찬일이는 촌에서 올라온 아이이다. 마을 사람이 1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 자란 사투리는 기본에 촌스러운 옷들까지 겸비한 완벽한 촌사람. 찬일이네 엄마는 이런 찬일이를 마음에 들지 않아하고, 완벽한 서울 아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착한 찬일이는 그런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마음 먹은 만큼 엄마를 만족시키기는 쉽지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한 존경하는 인물 발표를 통해 찬일이는 아이들이 부탁하는 건 군말없이 들어주게 되는데, 찬일이네 엄마는 이 소식을 듣고 화를 낸다. 남들을 도와주지 말라면서. 찬일이는 또 엄마의 말을 듣고 도와주지 않다가 거짓말 쟁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엄마의 말에도 찬일이는 남을 돕는데, 결국 찬일이네 엄마는 착한게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찬일이네 엄마는 우리 주위에 한 명씩 있을 법한 평범한 엄마다. 자기 아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손해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기 아들이 가장 중요한 그런 엄마. 그러나 그런 찬일이네 엄마를 변화시키는 건 바로 찬일이다.

찬일이가 변화시키는 건 찬일이 엄마 뿐이 아니다. 찬일이네 친구들 또한 찬일이로 인해 변했다. 찬일이는 자신이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남을 도와주는 아이이다. 무언가 대가를 바라지도 않으며 순수하게 남을 돕고 싶어서 도울 뿐인 심성이 고운 아이이다. 처음에는 모두 찬일이는 바보 같다며 욕했지만 결국은 모두들 찬일이를 통해 변화하고, 성장했다. 책에서 찬일이는 어린 아이이지만 그 성품만은 아이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어른들도 고개 숙여 배워야 할 인품의 소유자라고 생각한다.

찬일이가 겪어가는 이야기들을 엮어내어 우리에게 다시금 착함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찬일이를 통해 나는 어땠는가, 하고 되돌아 보게끔 하는 책이다.

장점은 많이 있지만, 우선 독특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말을 더듬는 경호, 자유로운 연비 같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어 냈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감나는 장면 묘사 또한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나 경호가 말을 더듬는 장면이라든지, 엄마가 찬일이에게 가시 박힌 말을 내뱉는 장면들을 읽을 때면 정말 생생하게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나는 이 책을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배려와 희생을 아끼지 않는 찬일이를 보며 배워 갔으면 좋겠고,그 아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착한 게 나쁜 게 아니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이 책은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특히 부모님들이 읽어야 할 동화이다. 아이들에게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게 왜 나쁜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부모님과 아이들이 같이 읽으며 찬일이의 착함에 대해 배워갔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