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다리에서 친구를 만나다
º 서평대상 서지사항
흔들흔들 다리에서 / 기무라 유이치. - 천개의바람. 2016. ISBN 9788997984886
º 분야
그림책
º 추천대상
영유아 / 초등 저학년
º 상황별추천
우정과 신뢰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들
이단비 (평택시 지산초록도서관)
외나무다리에서는 원수만 만나는 게 아니라 진짜 친구도 만날 수 있다.
이 그림책의 작가인 기무라 유이치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다마미술대학을 졸업했다. 그림책 <폭풍우 치는 밤에>로 1995년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을 수상하고, <아기놀이책> 시리즈를 출판했다. 작가의 다른 저서로는 <구덩이에서 어떻게 나가지?>와 <폭풍우 치는 밤에>시리즈인 ‘가부와 메이’ 이야기가 여러 권 발간되었다. 작가는 주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동물 세계에서 먹이사슬 관계에 있는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구덩이에서 어떻게 나가지?> 에서는 고양이 2마리와 쥐 3마리가 구덩이에 갇혀 함께 탈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또 다른 시리즈인 ‘가부와 메이’ 이야기들에선 염소와 늑대를 주인공으로 삼고 그들의 우정을 아름답고 절절하게 그려내 국내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작품 역시 먹고 먹히는 관계인 여우와 토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림을 그린 하타 고시로는 동물의 표정을 생동감 있게 참 잘 살린다. 고시로의 다른 그림책 <봐도 돼?>에서도 토끼와 여우가 등장하는데, 이 그림책과는 또 다른 그림체로 그려서 색다르고 귀여운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이 그림책에서는 동물들의 모양이 반듯하고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그림책 중간에 ‘쿵’, ‘끼이이익’, ‘흔들’ 등의 의성어가 그림과 섞여 있어 책이 좀 더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첫 장면부터 여우는 열심히 토끼를 잡아먹으려 뛰고 있다. 하지만 며칠 내내 비가 내려 거센 비바람에 망가져버린 통나무 하나가 그들을 기다린다. 토끼를 잡기 위해 여우가 통나무에 뛰어든 순간 그 둘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여우가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다리는 점점 기운다. 여우가 무서워서 뒷걸음질을 치면 반대로 기울어간다. 여우가 놀라 꼬리가 바짝바짝 서고, 토끼가 무서워서 귀를 내리고 통나무에 몸을 감아놓은 장면을 익살스럽게 그림으로 표현했다.
여우와 토끼가 겁에 질려 해가 저무는 하늘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까마귀 떼가 다가온다. 까마귀 떼가 제멋대로 내려앉는 바람에 통나무 다리가 흔들흔들 흔들리기 시작한다. 까마귀 떼라는 위기가 다가오자 급격하게 친해진 여우와 토끼처럼 우리의 인생에서도 위기는 적도 친구로 만들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위기는 밤이 되고 나서다. 밤이 무서운 여우는 겁이 나서 토끼에게 무섭다고 말을 건다. 움직일 수 없는 통나무 다리에서 둘이서 할 수 있는 일은 두런두런 이야기뿐이라 그들은 적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끝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갑자기 토끼가 조용해지자 여우는 토끼가 너무 걱정되어서 “목숨을 소중히 여겨!”라며 소리를 지른다. 위기가 다가오기 전에는 토끼를 잡아먹고 싶어 안달이 난 여우가 통나무 위에서 하는 말이 정말 역설적이고 재미있다. 과연 이들은 끝까지 서로 함께 협력하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 삶에도 언제나 친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맞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도 있고, 그들이 무조건 나를 사랑할 수도 없다. 오히려 여우와 토끼의 관계처럼 나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주토피아>나 이 그림책인 <흔들흔들 다리에서>는 위기의 상황에서는 그들조차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에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존재할 수 없다. 적이라고 느꼈던 사람들도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마음만 열어 놓는다면,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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