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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매미들의 왕 초코파이4세, 인간들에게 민원을 제기하다

매미들의 왕 초코파이 4,

인간들에게 민원을 제기하다!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일편단심)책만 보는 매미/ 김옥 지음. - 주니어 김영사. 2015. 978-89-349-9339-1

o 분야

동화책

o 추천대상

초등 저학년

 

김정옥 (평택시 지산초록도서관 사서)

 

 

민원을 넣어야지, 시끄러워서 못 살겠어!”

, 민원이 뭐야?”

 

왕버즘나무에서 여름 내내 우는 매미 소리 때문에 너무 시끄러웠던 건도는 민원이 뭔지도 모르는 동생 건휘와 함께 매미 주민 센터에 민원을 제기하러 간다. 암매미가 알려준 매미 주민 센터 민원실 가는 길은 그물맥 나뭇잎이 달려 있는 곳으로 쭉 가다가 나란히맥 나뭇잎이랑 섞여 있는 곳에서 또 앞으로 가면 햇살이 오른쪽으로 휙 꺽어지는 곳에서 코를 벌름벌름해야 한다. 형을 따라 가던 건휘가 햇살을 느끼며 냄새를 맡고 있는 표정이 참 평화롭다. 가는 길에 만나는 지렁이네 주말 농장, 무당벌레, 개미별장은 열심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의 꿈틀거림을 잊지 않게 한다. 친절한 암매미와 함께 커다란 왕벚나무 끝에 위치한 매미 왕립 학회를 찾은 아이들은 아침, 저녁으로 시끄럽게 우는 매미들 때문에 늦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건도는 그곳에서 왕버즘나무의 매미들이 모인 곳은 매미 왕립 학교로 아주 뛰어난 학생들이 어렵게 들어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칠 년 넘게 어두운 땅속에서 시간을 견뎌온 매미들의 칠 일의 울음도 견디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매미들의 왕 초코파이 6세는 분노를 느낀다. 마침 왕이 왕립 학회를 찾아온 이유는 왕립 학회 학자들을 시켜 인간들에게 보낼 민원서를 쓰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밤마다 대낮같이 불을 환하게 밝혀 매미들을 잠 못 들게 하고, 함부로 나무를 베어 내고 짓밟고, 지구 별에 세들어 살며 함부로 공기와 물을 더럽히고 동물들을 잔인하게 짓밟는 등 인간들에게 쓸 민원 내용은 끝이 없다.

 

화를 가라앉힌 초코파이 6세 왕이 매미 왕국을 찾아 준 보답으로 건도와 건휘에게 매미들의 울림통과 매미들이 읽는 책을 선물로 준다. 왕과 함께 매미 왕립 학교를 견학한 형제는 백마리도 넘는 매미들이 제각각 열심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건도와 건휘는 엄마가 타주신 시원한 미숫가루를 마시고 매미들과 함께 열심히 책을 읽는다.

한여름의 전령사 매미들에게 민원을 제기한다!’’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전개된 이 책은 7년의 긴 시간을 땅속에서 유충으로 지낸 뒤 목숨을 다해 짝을 찾는 매미들에 대해, 또한 이 땅의 작은 생명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들이 이 땅의 주인이건만 인간이 모두의 주인인양 다른 생물체들을 함부로 다루고 있는 것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미물이라고 생각하는 개미나 매미들에게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목숨을 다해 짝찟기를 하는 매미들만큼 자연에 순응하며 더불어 가는 지혜로운 마음을 지니고 있을까? 등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짚어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또한 이 책의 재미는 매미 왕국을 찾아가는 건도 형제의 모험담이 제법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다. 건도네 방 앞의 매미 왕립 학교에서 시작된 형제의 매미 왕국 기행이 마치 깊은 숲 속을 여행하는 듯 책 속에 빠지게 된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실제로 책을 읽는 소리는 아니지만, 열심히 공부를 하는 왕립 학교에 다녀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코파이 이름을 딴 매미들의 왕을 만나 큰 꾸지람을 듣고 온 듯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글을 쓴 작가의 글솜씨와 유머가 어우러져 재미있다.

 

이 책을 쓴 김옥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재미있게 잘 담아낸 <학교에 간 개돌이>, <손바닥에 쓴 글씨> 등 많은 어린이책을 썼다. <책만 보는 매미> 에서도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살아있는 표현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같이 세들어 사는 지구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가며, 별처럼 반짝이는 좋은 이야기들로 어린이들이 씩씩하게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자연에 관심이 많은 초등 저학년, 특히 동화책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남자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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