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볼품 없는 물건의 재발견
o 서평대상 서지사항
할아버지의 코트 / 집 아일스워스 글. 바바라 매클린톡 그림. - 이마주. 2015. 9791195295791
o 분야
그림책
o 추천대상
초등 저학년 이상
o 상황별추천
물건을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책.
이가영 (평택시립안중도서관 사서)
2016년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비교적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연필, 지우개, 공책과 같은 학용품은 발에 치일 정도로 넘쳐나며, 옷이나 신발도 너무나 저렴해서 철철이 새 것으로 바꿔 입는다. 물건이 이렇게 흔해지고 귀중한 줄 모르게 되면서 우리들의 생활 또한 헤퍼졌다. 이번에 소개할 ‘할아버지의 코트’라는 책은 우리의 이렇게 풍요로운 삶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기에 참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의 씀씀이가 헤퍼지고,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모습이 나타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가 사시던 시대만 하더라도 새 연필이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소중히 여기면서 사용하고, 공책 한 장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인 할아버지가 미국으로 건너올 때 배를 타고 건너온 것으로 보아 시대적 배경이 과거로 꽤나 거슬러 올라가야 할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차치해 두고서라도 할아버지의 이런 검소함은 우리가 다시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할아버지의 코트’에서는 코트의 낡음을 다양한 의태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면서 물건이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낡은 코트는 ‘나달나달’ → 낡은 재킷은 ‘너덜너덜’ → 조끼는 ‘누덕누덕’ → 넥타이는 ‘닳고 닳은’ 과 같은 용어를 통해 옷이 어떻게 낡아가고 새롭게 재탄생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낡아가는 코트를 재킷으로, 조끼로, 다시 넥타이로, 인형으로 다시 만들어 내는 삶 속에는 가족과의 추억, 사랑이 깃들어 있다. 낡아가는 물건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면 새로운 가족과의 이야기도 만들어 진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내용, 글과 함께 책이 우리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올 수 있게 만드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책의 삽화이다. 삽화마다 변해가는 할아버지의 코트가 책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의 추억과 자녀들의 성장이 시간 흐름에 따라 그려져 있어 책의 내용이 서사 구조에 따라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책에서는 낡은 물건이 부정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낡은 옷감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것을 자르고 꿰매서 쓸만한 물건으로 만들어 내는 할아버지의 입가에는 항상 미소가 머문다. 우리가 ‘할아버지의 코트’에서 나오는 할아버지처럼 사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연필 한 자루를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써본다거나, 유행이 지난 옷을 리폼해서 새롭게 입어본다면 우리의 입가에도 할아버지와 같은 미소가 머물 것이다. 낡은 물건을 고쳐서 다시 사용하는 뿌듯함과 이것을 고쳤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물건을 재활용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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