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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사랑하는 고객님, 오늘도 충동구매 하러 오셨나요?

 

사랑하는 고객님, 오늘도 충동구매 하러 오셨나요?

 

 

 

 또 마트에 간게 실수야 / 엘리즈 그라벨 글그림; 정미애 옮김. 토토북. 2013

 

 

또 마트에 간 게 실수야!어느 정도 예측가능하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을 지닌 이 책. 무수히 많은 신착도서 중에서 나도 모르게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책 표지 뒷면으로 이어지는 그림에는 주전자, 오븐, 헤어드라이기, 어항 등등 각종 물건이 즐비하다. 그렇게 이 책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주인공 봅은 귀여운 분홍 토끼이다. 이 토끼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데, 봅은 여느 토끼와는 다르게 안경도 끼고 옷도 입고 신발도 신고 자전거까지 타고 있다. 아마 물건을 참 좋아하나 보다 싶다. 그리고 귀가 항상 쫑긋하면서도 앞으로 숙여져 있다. 마치 누구의 말이든 잘 들을 것처럼 말이다.

봅은 자전거가 고장나는 바람에 멍키 스패너를 찾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멍키 스패너는 보이지 않는다. 멍키스패너를 사기 위하여 봅이 간 곳은 몽땅 마트!!” 마트 이름이 몽땅 마트라니..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우리들이 필요한 그 무엇이 없을 때 가는 다이*같지 않은가?

몽땅마트 안, “오늘만 이 가격, 하나 사면 하나 더, 단돈 990원 등!” 우리에게 익숙한 마트 홍보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만 이 가격이라고 하지만 내일도 이 가격이라는 것. “하나 사면 하나 더지만 원래 구입목록에 없던 충동구매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지만, 알고도 우리는 카트안에 물건을 담고 있다. 봅도 마찬가지다. 그가 원래 사고자 했던 멍키 스패너는 기억 저편 정리장에 꼭꼭 숨겨 놓았나보다. 갈 때 마다 얼음땡 모자, 랄랄라 잠옷, 우르릉 확성기를 사는 탓에 본인이 사고자 했던 멍키 스패너는 결국 사오지 못한다. 멍키스패너는 봅의 꽉 찬 정리장에서 발견된다.

우리 모두 이러한 경험이 다 있을 것이다. 코믹한 설정과 그림을 통해 짧지만 강하게 올바른 소비습관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이는 어린이들의 소비습관만을 길러주기 위한 책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우리가 웃게 되는 것은 이 속에서 어른들 자신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이다. 무조건적으로 아끼는 것만이 미덕이 아니며,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으로 지구인 전체가 먹고 지낼 수 있음에도 기아와 굶주림에 허덕이는 다른 한편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는 적절한 소비가 아닌 무절제한 낭비임을 알 수 있다.

충동구매는 소비습관에만 영향을 끼치는 행동은 아니다. 무엇이든 쉽게 사고 쉽게 버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소중한 것에 대한 가치에 대한 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등학생때까지는 소비에 대한 결정권이 부모에게 상당부분 치우쳐지는 것을 고려할 때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길러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짧은 내용의 그림책. 어른이 함께 보면 더 좋을 책. 배경색의 생략으로 그려진 사물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고, 파스텔 느낌의 원색들의 조화가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들어 읽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오늘 한번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멍키스패너만 사오는 연습을 해보자!

 

 

안성시립도서관 사서 맹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