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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옛 그림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옛 그림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안성시립도서관 이지연

 

 

옛 그림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 김정신. - 채우리, 2012

 

 

이 책은 안견, 이암, 신사임당, 김명국, 정선, 김홍도, 신윤복, 강세황, 정약용, 김정희, 장승업, 나혜석, 이중섭 13인의 우리 화가에 대한 이야기다. 오색찬란한 서양화와 달리 풍류와 따뜻한 마음이 담긴 우리 그림이 교과서에 충분히 실리지 못해 참 안타까웠다. 이 책은 옛 화가가 독자에게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작가의 삶, 작품이 생겨난 배경, 그림에 관련된 이야기 등 작품과 작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흥미를 더한다. 한국 미술을 전공했을 거란 예상과 달리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아이의 눈빛에 맞춰 더욱 재미있는 어린이 책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조선 초 화원이라는 벼슬로 종4품 벼슬까지 오른 안견의 산수화 이야기가 첫 단락을 장식한다. 안평대군이 꿈꾸고, 안견이 그린 <무릉도원도>는 학창 시절 단골 시험 문제였다. 열심히 외웠지만, 그림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2페이지에 걸쳐 실린 <무릉도원도>는 현실 세계의 모습, 도원으로 가는 경계인 이단폭포, 빨간 복숭아 꽃이 만발한 꽃나무 밭 등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의 이동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 그림이 생경하게 춤을 추는 것이 아닌가? 안견의 <무릉도원도>를 처음 보는 듯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안견의 그림 감상이 끝나면, 안견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의 삶의 행적과 더불어 안견이 그린 그 밖의 다른 작품 소개는 부가적으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어 옛 그림에 대한 관심을 더해준다.

이런 식으로 모든 단락들이 흥미진진하게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13인의 화가들이 모두 새롭게 다가왔지만, 특히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의 이야기는 참 따뜻하고 흥미로웠다. 정선 나이 76, 진경산수화의 수작이라 불리는 <인왕제색도>는 비가 그친 뒤, 인왕산의 웅장한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병석에 누워 있는 친구의 병이 깨끗하게 씻겨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렸다니, 세상의 이치를 공부하면서 겸손함을 배우고자 겸재호를 쓴 정선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마음이 절로 훈훈해진다. 그림을 통해서 화가의 생각을 알고, 화가의 마음 속에서 나의 마음을 비춰 볼 수 있으니, 그림을 많이 보면 절로 심신이 치유되는 듯하다.

작가는 우리 그림을 보려면 그림 자체를 보지 말고, 그 속에 담겨 있는 뜻, 그 뜻을 알고자 하면 그림이 쉬워질 거라 강조한다. 그림만 보면 <인왕제색도>의 그림에 병이 낫길 바라는 마음에 친구의 집을 조그맣게 그려 넣은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장승업의 <수탉>에서 방아깨비, 국화, 기러기, 색비름, 맨드라미의 숨은 뜻을 알고 보면 화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어 그림을 볼 때 즐겁고, 화가와 내가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같아 무척 설렌다.

훌륭한 작품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알 수 있다. <목민심서>,<경세유포>.<흠흠신서> 책으로 유명한 정약용은 18년 동안의 유배 시절이 없었다면, 후세에 전해져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고,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추사체>9년의 귀양살이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힘든 고난과 시련을 주옥같은 글과 그림으로 승화시키고자 가슴으로 삼켜야 했던 그 마음을 헤아리니 음과 양의 원리를 꿰뚫었던 조상들의 지혜는 많은 귀감이 된다. 마지막으로 김정희가 아들에게 그려 준 <불기심란>을 보자! 난초를 그릴 때 자기 마음을 속이지 않고 그려야 하듯, 사람이 홀로 있을 때 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행동하라는 따뜻한 메시지가 나의 정신을 번뜩이게 한다.

옛 그림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옛 그림 속으로 함께 여행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