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고 다 완벽할 순 없어요.
이런아빠 저런아빠 우리아빠
최형미 글 ; 임윤정 그림 : 크레용하우스
초등3학년~초등6학년 및 부모님
동화책
나에겐 아버지와의 추억이 많다.
넘어지고 다치면서 처음 자전거타기를 가르쳐 주신 것도 아버지였고 막내딸 찬 밥 먹이지 않겠다고 겨울이면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가져다 주신 일이며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시면 시원하게 등목을 마치신 후 가만가만 장화홍련을 읽어주시던 분도 아버지였다. 당시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셨으니 하루 일과 끝의 고단함을 자식을 위해 기꺼이 내어주셨던 것을 생각하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으리라.
아버지가 읽어주시던 이야기를 쫓아 놀람과 한숨이 무시로 교차되던 순간이 너무 또렷하게 떠오른다. 이렇게 헌신하는 아버지였음에도 아버지가 부끄럽게 느껴지던 때가 나에게도 분명 있었다. 햇볕에 타서 검게 그을린 아버지의 얼굴을 나는 사랑할 수 없었다. 지금은 그것이 밥벌이의 숭고함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린 마음에 거무튀튀한 아버지 얼굴은 거부할 대상이었다.
주인공 소니는 색소폰 연주자인 아빠와 아빠의 꿈을 응원하느라 김밥을 말며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엄마와 살고 있다. 아빠가 좋아하는 색소폰 연주자 소니 롤린스의 이름을 따서 이름도 소니일만큼 색소폰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재즈에 쏟는 정성에 비해 가족에게는 소홀하다고 느끼는 소니는 아빠와는 소원하기만 하다. 학교에서 계획한 아빠수업 시간에 아버지를 초대하여 연주도 듣고 재즈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로 계획했지만 아빠는 그 약속을 들어주지 않는다.
소니는 이 일을 계기로 아빠에게 갖고 있던 온갖 불만이 터져 나온다. 아들과의 사소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그깟 음악만 고집하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는 소니는 아빠가 가장 아끼던 악기도 망가뜨리고 그동안 속에만 담아왔던 말을 다 내뱉고 만다. 아빠는 그 후 연주도 그만두고 엄마의 가게를 돕는데 소니의 마음은 영 편하지 않다.
아빠와 소니는 화해할 수 있을까?
성장기를 보내면서 한번쯤 품어보는 의문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왜 나의 부모님은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지 않는지, 왜 친구의 부모님에 비해 유독 못나고 약해 보이는지, 모두가 우러러보는 잘난 이가 내 부모님이길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자식들의 그런 저항에 맞서는 현명한 부모의 대처법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일까. 소니 아빠의 고백은 참 담백하다.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면서 사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몰랐어. 아빠의 역할에 대해서. 아빠는 아빠가 되는게 무섭고 어려서 그랬어. 어른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아. 아빠는 정말 좋은 뮤지션이 되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됐어. 너무 힘들고 그러다 보니까 이런 아빠가 된 것 같아. 재즈가 너무 중요해서 다른 건 잘 보지 못한 것 같아”
이 부분을 읽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누구나 그렇듯 나도 부모님의 품 안에서 어리광부리던 시절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얼떨결에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내가 그랬듯 아이들도 날 부끄럽게 여기는 때가 올 것 같고 머리가 커가면서 대거리라도 할라치면 ‘나도 너희들처럼 상처받고 약한 사람이다. ’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에 사로잡힌다.
점점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완벽한 부모의 자리에 대한 욕심이 커지지만 소니의 이야기를 접하며 부모와 자식간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소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그래 조금은 마음을 놓아보자. 이런 엄마, 저런 엄마도 있고 이런 아들, 저런 아들도 있다. 내 주변에는 이런 상사, 저런 상사, 이런 동료, 저런 동료도 있다. 그런 다양한 모양을 한 사람들이 한 데 모여 데굴데굴, 쿨렁쿨렁 구르고 있다고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비단 부모와 자식간의 문제가 아닌 이런 저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우리네 사정에 비추어 읽어도 무방한 재미난 책이다.
부천원미도서관 사서 정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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