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꿈속이 궁금해!
김윤진 (하남시립도서관 사서)
엄마 꿈속에서 / 유준재 글‧그림. 문학동네. 2013년, 12,000원
- 5세 이상 어린이 및 부모님
“엄마, 잠이 안 와. 한 개도 안 와.”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잠자리에 들기 싫어하는 아이 재우기. 항우장사도 졸린 눈꺼풀은 들기 어렵다는데 아이들은 어찌나 기운이 넘치던지…. 부모님들이여, 아이를 얼른 재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부터 언급하는 그림책에 주목해 보기 바란다.
그림책 ‘엄마 꿈속에서’는 야구에 얽힌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그린 ‘마이 볼’에 이어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아내고 있는 유준재 작가의 신간이다. 눈이 내리고 있는 하늘색 배경에 예쁜 옷을 입고 있는 여자 아이와 요리사 옷을 입은 엄마가 함께 우산을 들고 두둥실 떠다니는 표지 그림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지수는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엄마는 어떻게든 지수를 재우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지수의 눈은 더 반짝거린다. 고개를 돌아보니 엄마는 잠이 들어버렸다. 엄마는 꿈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말 궁금해!
책 속 이야기는 지수가 엄마의 꿈속을 상상해 보는 것으로 진행된다. 딸의 말투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할 정도로 글과 그림을 통해 아이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어 매우 신기했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딸이 그린 그림과 ‘마이 볼’에 이어 이 책에서도 활용한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부녀가 담은 꿈속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었다.
지수는 엄마 꿈속에서 치즈랑 딸기잼을 듬뿍 발라서 만든 샌드위치를 먹고 분홍 하트 똥을 눌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엄마가 바다에 가서 생선을 잡고 있는 모습을 그려 보기도 하고, 엄마랑 말을 타고 할머니 집에 달려가기도 하며, 분홍 드레스를 입고 뾰족구두를 신은 채 누군가와 결혼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초콜릿 과자, 하트 사탕을 준비해 놓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도 하고,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피에로처럼 빨간 립스틱을 짙게 칠하고, 피노키오처럼 길어진 코에 어쩔 줄 모르는 지수의 모습과 서슬 퍼런 눈매를 한 엄마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나타나며 대조되는 부분이었다. 장난삼아 엄마 립스틱을 바르다가 엄마에게 혼날까봐 걱정하는 여느 여자아이들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화가 난 엄마 몰래 장난감인 척 숨기도 하고, 동물원에서 탈출한 사자로부터 엄마를 지키기 위해 꼬리를 붙잡기도 한다. 그러다가 엄마랑 같이 별나라에 하트를 그리고 있는 아빠(작가)를 찾으러 간다. 아빠를 만났더니 어느새 온 세상에 눈이 내리고 있다. 우리 집이 없어지면 어쩌지? 그렇지만 가족이 함께 잠을 자고 있다가 아침이 되는 장면을 통해 이런 걱정이 사라진다.
이 책은 지수처럼 잠들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도와 줄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 주는 부모님들에게는 잠시나마 어지러운 세상을 잊고 동심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꿈속 여행에서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예쁜 글과 그림을 보면서 꿈에 대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고, 주인공 지수와 공감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볼 수 있다. 독후활동으로 ‘나의 꿈’,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꿈’을 그려보거나 이야기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서 부모와 아이가 소통을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가족의 사랑을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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