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것, 같이 잘 살아보자는 것
공정무역, 행복한 카카오 농장 이야기 / 신동경 글, 김은영 그림 : 사계절
심심찮게 공정무역이란 말을 듣는다. 공정무역이 무엇일까, 왜 공정무역을 이야기하는가, 쉽고 친절한 설명은 없을까 궁금하던 차에 아동도서 신간 서가에서 공정무역이란 네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옳거니 이것이다. ”
내용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는 달리 초등학생 고학년부터 무난하게 읽을 수 있겠다. 공정무역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책을 대하더라도 큰 줄기를 따라가는게 무리가 없도록 이야기가 한 편씩 끝날 때마다 연관 지식을 소개하여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카카오 농사의 유래, 카카오 나무의 성질, 카카오 열매로 만드는 초콜릿 이야기, 열매를 수확하는 날 풍경 등이 시원시원한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책 뒷표지에 이 책의 내용이 가장 모범적인 공정무역 생산지의 사례로 꼽히는 아프리카 가나의 쿠아파 코쿠 협동조합의 실제 사례임을 밝히고 있다.
주인공 소년 아사모아네 마을에서 황금처럼 귀하게 거래하던 카카오 콩(열매의 표현)이 가격 급락으로 아무리 농사를 지어도 가난해지고 땅이 황폐화 되면서 마을이 위기에 처했을 때 마을사람들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함께 지혜를 모은다. 그래서 카카오 콩을 팔 때 함께 모여 협상을 한다거나 비료 대신 천연퇴비를 만들어 사용하고 시간이 걸려도 카카오 열매를 꼭 햇볕에 말리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 이렇게 해서 품질좋은 카카오를 생산할 수 있게 되고 공정무역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공정무역을 통해 카카오가 제 값을 받게 되면서 마을에 병원이나 학교를 지을 수 있게 되고 우물을 만들어 깨끗한 물도 마실수 있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줄거리다.
지구는 하나라는 말도 이제 옛말이고 너나할 것 없이 세계화를 외친다. 앞으로 체감하는 국가간 심리적 거리는 갈수록 줄어들지 싶다. 저 멀리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초콜릿 하나를 깨물어도 예사롭지가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공정무역 제품을 거래하는 곳이 있다. 책에서 알 수 있듯 공정무역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만큼의 정성과 노동이 들어간 것으로 정당한 값을 보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혼자만 잘 살자고 불끈할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살아 보자는 “같이”의 가치를 알고 눈에는 당장 보이지 않지만 나 홀로보다 “우리”의 필요가 훨씬 힘이 세다는 것을 이 책은 정직하게 말해준다.
아사모아처럼 척박한 땅에 사는 아이들에게도 새 신발을 살 수 있다는 작은 소망을 갖게 해주는 것, 불필요한 아동 노동을 막을 수 있는 것, 내일을 꿈꾸게 해주는 것, 무엇보다 정당한 노동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것이 함께 그리고 누구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임을 오래오래 잊지 말아야겠다. 그것은 결국 쿠아파 코쿠(훌륭한 카카오 농부)가 되겠다는 아사모아의 꿈을 응원하는 일이 될테니까. 공평함과 정의로움을 묻는 어린이의 책상에 놓아주고 싶다.
정영춘 (부천원미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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