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공식을 집어던지고 세상의 고정관념에 맞장 뜨다.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최나미 홍정선 그림 / 한겨레아이들)
아이들만 별세상에 살지 않는 한, 아이들인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갖가지 모순과 복잡한 감정선들을 어찌 모르고 살겠는가? 현실이 그러하거늘 동화속 세상이 그런 사실들에 눈감고 시침 뚝 떼고 있다면, 아이들에겐 동화가 환타지보다 더 현실감이 떨어지는 쟝르일 수도 있다.
작가 최나미는 각각의 단편들을 통해 아이들은 몰라도 된다고 슬쩍 눈가려 두었던 이야기들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착한 아이가 반드시 피해자일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깨고, 어린 아이들에게도 친구관계가 그리 단선적이지 않다는 것을 속속들이 드러내 보여 주며, 명징한 선악구도로 착한 아이에게 해피 앤딩이 돌아온다는 동화의 모범공식도 벗어 던진다.
사실은 자신들도 치사하고, 소심하며, 열등감 투성이면서, 안 그런 척 시침 떼고 아이들에겐 천사처럼 굴어라, 엄한 표정 짓는 어른들 대신 때론, 부모 말을 안 들고, 혹은 친구를 미워할 때도 있는 이 감정들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래도 나쁜 아이가 아니라 격려해 준다.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껴안고 전전긍긍했던 어린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하는가 하면 < 천사를 미워해도 되나요?>, 기질적으로 싸움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남자다움의 허울을 강요하는 자수성가 아버지를 통해 가부장적 사회 이데올로기가 여자 아이뿐만 아니라 남자 아이에게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 x - 파일 >
‘ 똑같이 장난치고도 나보다 열배는 더 야단맞는 오빠가 가여워서 아빠한테 물은 적도 있었다. 왜 오빠만 미워하냐고. 아빠는 오빠와 나를 똑같이 사랑하지만 남자들끼리는 그렇게 표현하는 거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우리 가족이 더없이 화목하게보일지도 모른다. 어렸을 적에도 아빠는 오빠한테만은 엄격했다.’ .......... ‘ 마치 오빠를 둘러싼 단단한 유리막이 있어서 그 어떤 것도 그 막을 통과하지 못하고 튕겨 나오는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그 속에서 오빠는 생각이란 생각은 다 빼앗기고 텅빈 껍데기가 된 것 같아 보고 있는 내가 다 아슬아슬했다. ’
또,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기운 양팔 저울을 놓고도, 저울을 고칠 생각을 하기보다 선심쓰듯 추 몇 개로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애초에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린 아이들은 순순히 어른들의 룰에 따라서 경기를 펼칠 마음이 없음을 보여준다<양팔 저울>. 일방적인 가해자도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문제아와 모범생의 그 아슬아슬한 간극을 오가며 다 함께 상처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섣부른 거짓말이 통할 리 없잖은가?
아빠의 자동차를 부수고,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과감히 벗어 던진 아이들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는, 난 여전히 나쁜 어른인가? 아니면 아직까지도 착한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바들 바들 떨고 있는 ‘내 안의 아이’ 목소리인가? 작가는 우리 어른들도 세상에 대해 다 아는 것이 아니며, 싸우기도 하면서 전전긍긍 살고 있다는 것을 들킬새라 더 어른인 척, 훌륭한 척 하고 있다고 양심선언 해버린다.
“진작에 좀 그렇게 말해줬음 좋았잖아. 괜히 나만 이상한 앤 줄 알았잖아.. 휴 ~ ” 안도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 평택시립도서관 유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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