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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나의 독산동

o 서평대상 서지사항

나의 독산동
유은실 글, 오승민 그림, 문학과지성사, 2019

o 분야

어린이 그림책

o 추천대상

초등 전 학년유아 ~ 초등저학년

경계심이나 적대감을 가진 아이



김혜림(시흥시 중앙도서관)

 

교과서는 다 옳을까? 살기 좋은 동네는 누가 정하는 걸까? 누가 이웃일까?

짧은 그림책을 읽고 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른이 되어 읽는 그림책은 많은 질문과 생각을 하게 한다. 많은 단체들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삶의 터전이 아이 키우기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은이가 사는 독산동은 은이에게만큼은 살기 좋은 동네이다. 은이에게는 동네만큼이나 좋은 아빠도 있다. 아빠는 틀려도 괜찮다, 왜 틀렸는지 알면 된다라고 말해준다. 명쾌하고 다정한 이 말에 마음이 녹는 듯했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나는, 우리는 왜 틀리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자랐을까.

은이의 학교 시험문제에 이웃에 공장이 많으면 생활하기 어떨까?’ 라는 문제가 나온다. 은이가 체크한 답은 ‘1. 매우 편리하다였다. 하지만 선생님이 말하는 정답은 ‘3. 시끄러워 살기가 나쁘다이다. 은이처럼 사람들이 말하는 정답이 납득되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떤 동네가 살기 좋은 동네일까. 각자의 취향과 행복은 다를 텐데 나도 교과서가 정해놓은 정답에 맞추어 생각하는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왜 틀렸는지 알면 된다는 아빠의 말을 곱씹어 보면, 누가 틀린 걸까라는 질문에 닿게 되는 것 같다. 언젠가 한국과 선진국의 행복 기준을 비교한 자료를 본 적이 있다. 모든 것이 물질적인 것에 맞추어져 있는 우리나라 기준을 보며 삭막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문구 중 하나가 있는데 행복은 각자 각자라는 것이다. 교과서나 남이 말하는 정답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인생의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은이가 사는 독산동은 일터와 가정의 구분이 모호하다. 공장 안에서 열심히 일하는 부모님은 모두의 부모님이고, 누군가의 아이가 동네를 뛰어놀다 다치면 마을의 어른이 돌보아준다. 숙제도 봐주고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도 생기는 장소. 그렇게 온 동네가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함께 살아가는 80년대 독산동이다. 부유하지 않아도, 화려하거나 깨끗하지 않아도 모두가 부모이며 모두가 아이인 독산동은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다.

물론 시대와 환경이 많이 달라진 지금, 이 그림책처럼 담장 없는 공동체를 이루며 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흉흉하고 끔찍한 일이 많은 시대, 이웃의 개념조차 사라진 지금, 이런 세대를 사는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어떻게 읽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러면서 이웃이라는 개념과, 나누던 정이 있었던 나의 유년기를 생각해보며 미소 짓게 된다.

추억이 없는 것이 진짜 가난한 거라고, 사람은 추억을 먹고사는 거라고 믿고 살았다. 나이가 들며 현실에 부대끼며 살다보니 이런 마음이 희미해져 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가슴 한 구석 어딘가가 아릿해오는 것 같다. 은이의 독산동처럼 모두에게 각자의 예쁜 유년 시절이 담긴 동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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