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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죽은 동물들에게 보내는 치유의 편지

o 서평대상 서지사항

잘 가, 안녕 / 김동수 글,그림, - 보림, 2016. 46p. : 천연색삽화 ; 26cm.

ISBN 978-89-433-1050-9 77810 : 12000

o 분야

어린이책 (그림책)

o 추천대상

초등 저 ~ 성인

o 상황별추천

로드킬 당한 동물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이

 

 

 

이가영 (평택시립 안중도서관 사서)

 

 

 출퇴근길을 다니다보면 도로 한가운데에 로드킬(Road kill) 당한 동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양이, 개를 비롯해서 심지어 고라니까지... 많은 동물들이 길에 죽어있는 것을 보면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에 따르면 도로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는 동물이 연간 30만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길을 달리다가 발견한 죽은 동물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담당 부서에 연락해 주는 일이나 마음 속으로 기도하는 것. 이것 뿐이다. 나와 같이 로드킬 당한 동물들에게 마음의 빚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나 별 생각 없던 사람들 모두에게 로드킬당한 동물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 바로 잘 가, 안녕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표제지가 나오기 전부터 책의 내용이 시작된다. 책의 제일 겉표지를 열면 강아지가 트럭의 바퀴 아래 깔린 그림과 함께 . 강아지가 트럭에 치여 죽었습니다.’ 라는 구절로 책이 시작된다. 자로 잰 듯 정확하고 단단하게 생긴 트럭 앞에 바퀴보다도 훨씬 작은 강아지는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이다.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강아지를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차며 거두어 들인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의 방 안에는 강아지와 같은 방식으로 목숨을 잃은 야생동물들이 누워있고, 할머니는 로드킬 당한 동물들의 상처를 적당한 방법으로 꿰매고 고쳐준다.

  몸이 네 동강 난 뱀, 깃털이 다 빠지고 배에 큰 상처가 난 부엉이, 바퀴에 깔려 납작해 진 개구리, 아까 트럭에 치인 강아지, 옆구리 터진 고라니, 꼬리가 없어진 족제비 등 인간의 잘못으로 무고하게 이 세상을 등진 야생동물들과 그들의 상처를 돌봐주는 할머니. 인간은 본인들이 편하게 살기 위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나 이동통로를 파괴할 뿐, 앞으로도 파괴된 그 공간에서 삶을 이어 나가야 하는 동물들의 입장은 먼지만큼도 고려하지 않는다. 현실에서 인간들은 자신들만의 이동 통로를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야생동물의 생존을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데에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지만, 잘 가, 안녕에서는 그 반대이다.

몸이 다 터져서 내장이 몸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납작해진 동물들에게 할머니는 나쁜말을 건네지 않는다. 동물들이 아직 살아있는 듯이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고, 부드럽고 정성스러운 손길로 붕대를 감아준다. 할머니의 숱 많은 머리 뒤에 감춰진 눈은 도로에서 죽어간 야생동물들을 보며 슬퍼하는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생태계를 마구잡이식으로 개발하는 인간들의 현실과 묘하게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다. 잘 가, 안녕을 읽는 사람들이 평소에 생명과 삶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책에 나온 할머니의 태도를 비교하며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듯 하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야생동물들의 상처 많았던 이승에서의 삶이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로 잘 꿰매져 꽃과 함께 배에 태워진다. 하이얀 오리들은 노오란 부리로 배와 이어진 끈을 물고 연꽃이 만들어준 길을 따라 죽은 동물들을 극락왕생의 세계로 인도한다. 도로에서 죽어간 동물들이 저승에서는 평온한 삶을 찾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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