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서들의 책 이야기

세상의 모든 미영이들에게

세상의 모든 미영이들에게

 

o 미영이/전미화 글,그림. - 문학과지성사. 2015. ISBN 9788932027531

o 분야 : 그림책

o 추천대상 : 초등저학년(상실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수경(평택시립장당도서관)

 

무표정한 미영이는 뒷표지에서 볼을 살짝 붉히며 웃고 있습니다. 미영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책을 펼쳐봅니다. 화장실에 간다던 엄마는 생일에도 오지 않고 미영이는 식구가 많은 집에 살러갑니다. 일도 많고 글자를 틀리게 쓰는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엄마랑 있을 때와 달리 미영이의 미간은 늘 주름져 있습니다. 화가 납니다. 아프지만 아무도 오지 않고 이마도 짚어주지 않습니다. 주인 없는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들어오자 미영이가 밥 주고 똥도 치우고 산책도 시킵니다. ‘강아지가 예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온 날 입은 옷이 작아진 어느 날 엄마가 옵니다. 엄마 손에도 미영이처럼 설거지 냄새가 납니다.

 

엄마, 어디 갔다 왔어?” 미영이의 말에 엄마는 웁니다. 미영이가 돌봐준 강아지가 쫓아왔습니다. 미영이 혼자 버스를 기다리던 그 버스 정류장 의자에 두 사람과 개 한 마리가 정답게 버스를 기다립니다. 미영이와 엄마는 여전히 살림살이가 어렵겠지요. 그래도 미영이의 주름졌던 미간은 펴질거라 생각합니다. 미영이는 강아지와 함께 웃고 있습니다.

 

여백이 많은 화면에 흑백 묵선같은 느낌의 그림과 간결한 대화가 도드라집니다. 텅빈 듯 느껴지는 화면이 미영이가 느꼈을 외로움, 슬픔, 두려움, 불안, 상실감과 소외감을 더 크게 만들어줍니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림으로 더 말해주지 않아도 미영이가 얼마나 아플지 짐작하게 합니다.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미영이는 집안일을 하고 오해를 감내하고 주인 없는 강아지를 돌보며 한 사람 몫의 삶을 살아갑니다. 자신이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지은이의씩씩해요의 주인공처럼 삶이 준 큰 상실과 결핍을 매일 매일 성실함으로 메꾸고 곁에 있는 엄마와 함께 극복해나갈 것입니다. 미영이는 사랑할 줄 아는 아이입니다. 자신처럼 엄마가 없어 찾는 이도 없는 강아지를 예쁘지 않다고 하면서도 살뜰히 보살핍니다. 미영이는 강아지를 보살피듯 자신을 사랑하고 엄마를 사랑합니다. 슬프고 외로웠던 미영이, 어른이 된 미영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