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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모두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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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서평대상 서지사항

한밤의 선물 / 홍순미 글·그림 / 봄봄, 2015

ISBN 978-89-91742-65-9 77810

 

o 분야그림책

 

o 추천대상 : 유아 이상

 

 

김혜진 (평택시립 팽성도서관)

 

 

 

어느덧 저녁 어스름이 일찍 찾아오는 계절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쌀쌀한 가을날, 잠자리에 들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따뜻한 그림책 한밤의 선물을 소개합니다. 빛과 어둠의 토끼 같은 다섯 아이들, 그중에서도 특별히 다섯째 한밤의 이야기입니다.

 

각각 하얀색,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검은색 토끼 그림으로 등장하는 새벽, 아침, 한낮, 저녁, 한밤 다섯 아이들은 시간의 귓속말을 듣고 깨어나자마자 자연의 아름다움과 마주하게 됩니다. 새벽의 고요한 물안개, 상쾌한 아침 바람, 따사로운 한낮의 햇살, 곱게 물든 저녁노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이 화면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청아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대비되는 빨간 물고기들이 새벽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줍니다. 맑은 아침의 하늘은 파랑새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아침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수줍은 미소가 싱그러운 장면입니다. 한낮의 들판은 환하고 또 환합니다. 만발한 꽃들과 애벌레, 화려한 나비들이 자연의 생명력을 더해줍니다. 저녁의 풍경은 노을의 포옹만큼이나 따뜻합니다. 잎사귀인지 구름인지 모를 꿈들이 다람쥐들과 저녁을 안아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밤이 일어났을 때는 아무것도 없고 어둡기만 합니다. 슬퍼하는 한밤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자신이 깊은 잠을 자고 있던 나무 구멍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속상해 우는 한밤에게도 시간은 흐르고, 나머지 네 명의 형제들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한밤에게 나누어줍니다. 새벽의 고요함과 아침의 바람, 한낮의 밝은 빛, 저녁의 꿈은 한밤에게 와서 텅 비어있던 공간을 가득 메워줍니다. 형제들에게 고마움을 느낀 한밤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대신 자신의 일부분을 나누어줍니다. 모두에게 그림자를 선물로 준 것이죠! 가진 것이 없어도 나눌 줄 아는 한밤의 너른 마음이 아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나누어 주고 받고 나니 한밤은 홀로 있어도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새벽, 아침, 한낮, 저녁, 한밤은 우리나라 전통 색상인 오방색으로 표현되었습니다. (), (), (), (), ()의 다섯 가지 색은 우리 생활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기본 색상으로 만물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선조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책장마다 담겨있는 오방색의 아름다운 색감이 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또한 한지를 오리고 붙여 만든 그림에서는 부드러운 솜털 같은 한지 특유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깜깜한 밤에 홀로 남아 속상한 한밤의 눈물은 하얀 한지로 투명하고 맑게 나타나고, 형제들과 선물을 나누어 받은 한밤의 꿈은 몽글몽글하고 포근하게 그려집니다. 오방색이나 한지의 사용에서 한국적인 색채를 띠고 있지만 결코 어렵거나 무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다채롭지만 부드러운 색과 재질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내 한밤은 행복한 꿈을 꾸면서 잠이 들고, 그림책을 끝내는 뒷 면지는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합니다. 자기 전에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들에게도 아름다운 꿈을 그릴 수 있게 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