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왕신과 성주신?
팥고물 시루떡 / 이월 글. 홍우리 그림. 키즈엠. 2014
이가영 평택안중도서관 사서
우리의 민속신앙에 등장하는 신 중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터를 잡고 지내면서 집을 지켜주는 조왕신과 성주신이 있다. 『팥고물 시루떡』 속 이야기는 그 성주신과 조왕신이 나누는 대화로 진행이 된다. 성주신은 집안의 평안과 부귀를 관장하는 가택 신이고, 조왕신은 부엌을 맡아보는 신으로 불과 물, 재물을 관장하는 신으로 인식된다. 옛날 우리의 어머님들은 가족의 생일, 집안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그릇에 물을 담아놓고 기원했는데 그 대상이 바로 조왕신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팥고물 시루떡』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도 쉽게 이해가 된다.
마당이 넓은 주택으로 네 식구가 이사를 온다. ‘정미 어멈’은 이삿짐을 풀자마자 붉은 팥으로 시루떡을 만들고, 갓 쪄낸 시루떡을 접시에 정갈하게 올려서 집을 지켜주는 조왕할멈과 성주영감에게 기도를 올린다. 집에 새로 사람이 들어왔으니 모든 일이 잘 풀리게 해달라는 의미의 의식일 것이다. 잊지 않고 이웃집에도 시루떡을 골고루 돌린다. 집에 살고 있는 가신들에게 기도를 올리고, 앞으로 자주 얼굴을 보고 살 이웃들에게 시루떡을 돌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오래된 전통이자 풍습이다. 우리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는 어색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이러한 민속신앙과 전통을 이 책에서는 귀엽고 재미 있는 삽화로 그려내어 이사를 가면 한 번쯤 따라해 보고 싶게 만든다. 엄마와 함께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같이 책을 읽고 집에 있는 쌀가루와 붉은 팥을 이용해서 떡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해보아도 좋을 듯 하다. 또한 『팥고물 시루떡』에서는 조왕할멈과 성주할배의 시선으로 이사 온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여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왕신과 성주신의 역할을 객관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우리나라의 가신의 역할을 쉽게 알 수 있을 듯 하다.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항상 빨리빨리를 외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21c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은 추석, 설날 이외의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이나 이사 온 후에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는 것과 같은 전통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어렵다면, 『팥고물 시루떡』과 같이 우리나라의 전통을 이야기 하고 있는 재미난 책들을 같이 읽으면서 간접적인 체험을 해보는 것이 한국인의 얼과 긍지를 갖고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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