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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엄마, 나를 포기하세요

엄마, 나를 포기하세요

 

엄마 나를 포기하세요! - 박현숙 글, 김효진그림, 좋은책 어린이 

 

박지원 (안성시립도서관 사서)

 

학원 다니느랴, 숙제 하랴, 공부방 가랴 바쁜 달군이가 엄마가 자신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현재 아이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아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글이다.

글 속 달군이는 아직 초등학교 2학년, 9살이라는 적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학원 갔다가 공부방에 가서 집에 가서 숙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찌나 바쁜지 뛰어가는 것이 발이 안 보일 정도라고 한다. 아빠는 달군이가 이렇게 바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엄마에게 무어라고 말해보려 하지만 엄마는 이런 아빠에게 달군이는 한가한 편이라며 반격한다. 이것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것은 예전에는 보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늦은 편에 속한다. 아이들은 걸음마를 떼고 말을 할 수 있을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가서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배우고 조금 커서 초등학생이 되면 갖가지 학원을 다니게 된다. 확실히 글 속 달군이의 생활은 현재 아이들의 생활보다 한가한 것이 사실이다.

이야기 속에서 달군이는 이런 생활에 이대로는 스트레스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질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놀고 싶을 때 놀고, 먹고 싶을 때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삼촌이 부러웠고, 삼촌은 달군이에게 엄마가 포기하게 만들어라라고 조언해주었다.

이후 달군이는 삼촌의 말을 듣고 깜빡 잊은 척하며 학원에 빠지고, 숙제를 안 하고,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사며 동생을 내버려 두고 놀러나갔다.

처음에 엄마는 무척이나 화를 내며 왜 그랬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며 달군이에게 잔소리를 해댔지만 달군이가 일부러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을수록 엄마도 점점 반응이 없어지며 정말 깜빡 잊고 학원에 가지 않아도 잔소리도 하지 않고 평소처럼 오늘 어땠냐고 묻지도 않으니까 오히려 울고 싶다고 했고,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게 된 엄마는 공부방에 가지 말고 그 시간에 마음껏 놀라고 했다.

 

포기. 그건 참 무서운 것이다. 더 이상 그가 어떤 짓을 하여도 쟤는 원래 저래. 이미 포기했으니까 네가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라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예이지만 보통 포기한다는 것은 대개 이런 마음을 품기 마련이다.

포기하게 되면 더 이상 관심도, 애정도 가지지 않게 된다. 요즘 부모님의 강요로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어린이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물론 어린이들을 뛰어놀지도 못하게 하고 책상에만 계속 앉아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그 어린이들의 부모님은 그 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공부시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갑갑하게 공부만 계속하는 것에 지겨워져 차라리 부모님이 나를 포기했으면.”이라는 마음을 품는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런 어린이들이 이 이야기를 읽게 된다면 최소한 자신의 부모님에게 힘들다고 말해 부모님과 최대한 안 힘든 방향으로 협상 같은 것이라도 하게 될 것이다. 또 이 책은 그런 아이들 뿐 아니라 그런 교육을 자신의 자녀에게 시키고 계시는 부모님께도 권함직하다. 분명 그분들 또한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자녀들과 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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