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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하기. 모두 다 깜언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하기. 모두 다 깜언

 

 

모두 깜언 / 김중미 저.  - 창비

대상연령 : 청소년

평택시립도서관 사서 유현미

 

 

김중미의 소설을 읽다보면 누군가 곁에서 자박 자박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하다.

책 속에 그려진 마을 풍경도 낯선 마을이 아니라 어린 시절 나고 자란 고향의 농촌 마을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농촌 풍경이 대개 엇비슷해서 이기도 하겠거니와 농촌의 현실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서이기도 할 터이다. 무엇보다 글 속의 이야기가 낯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밥먹고 학교가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책 속의 인물들과 거리를 두고 먼 시선에서 바라보고 쓴 글이 아니라 그들 곁에서 그들의 삶 한가운데서 이야기를 길어냈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에 빠져 읽다보면 어떤 장면에서는 등장 인물들의 대화에 불쑥 참견하고 싶은 충동이 일만큼 현실적이다.

 

실제로 오랜 고민 끝에 귀농하여 소를 기르며 농사를 짓고 있는 남동생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소설 속 상황이 현실과 한 치도 다르 지 않다. 싹을 틔우는 과정까지 합하면 거의 두 해 농사인 양파는 풍작이었음에도 값싼 수입농산물에 밀려 씨값만 겨우 건졌다 한다. 구제역이니 하는 특별한 악재가 없어도 소 값은 사료 값을 보전하기도 어려운 게 농촌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가 고도경제 성장을 이어오는 동안 농촌의 현실은 한 치도 나아진 적이 없었다. 농촌의 희생을 볼모로 한 경제 성장은 농민들의 높은 자살율과 이농, 식량 자족율 20%미만이라는 경제지표로 남았다. 현실이 이러하니 동생은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농사를 짓겠다는 아들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더라고 고백한다. 아빠를 도와 농사일을 거드는 일이 재밌고 좋다는 아이가 그래도 대학은 가겠다고 이야기 하는데 왜 그리 안도감이 드는 지 모르겠다며 씁쓸히 웃었다.

책에는 농촌문제 외에도 다문화가족, 가족 해체, 장애, 교육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이 함께 녹아 있지만 일상과 분리된 사회 문제로서가 아니라 그냥 먹고 사는 일상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 삶을 살아내는 평범하지만 매력있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있다. 내면의 상처를 가진, 소심한 듯 당차고 마음 따뜻한 유정이가 그렇고, 조카를 친자식처럼 보살피며 묵묵히 자기 몫의 일을 감내해내는 속 깊은 작은 아빠가 그렇다. 조용 조용 타인을 배려하는 베트남에서 시집 온 작은 엄마가 그렇고, 무뚝뚝한 듯 속 정 깊은 할머니가 그렇다. 박력남 광수의 풋풋한 매력이 웃음 짓게 하는 가 하면, 서울에서 전학 온 훈남 우주는 유정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먹고사니즘의 강팎한 현실 앞에서는 아이들조차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나 어울려 살면서 서로의 결핍을 채워 주고 각자의 상처를 보듬어 주다 보면 가끔 웃을 일도 유쾌한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중학교 생활을 마치고 각자의 고민을 안은 채 열 일곱 새 학기의 첫 날을 여는 아이들을 보며 내 주변의 많은 다른 열일곱들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설렘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어디서 무엇을 하던 너희들의 소중한 꿈을 응원 한다 얘들아. 유정이 작은 엄마의 말처럼 분명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음을 믿어 보자꾸나. 돈 좀 없으면 어떻고 공부 좀 못하면 어떠랴? ‘좋아하는 거 하는 거 그리고, 좋은 일 하는 거 그거면 충분하지 않겠니? 그 말을 자신있게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도록 함께 노력해 보자꾸나! “꿍어, 꿍안, 꿈떰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하기. 생각할 수록 좋은 말이다. 모두 다 깜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