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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동물 대탄생



동물 대탄생

● 알랭 세르 글, 자우 그림, 이정주 옮김 

 개암나무, 2014

● ISBN : 9788968300448

● 어린이동화 

권은진(하남 신장도서관 사서)


 초원의 얼룩말들이 거친 붓터치로 그려진 책의 표지에서 흙냄새가 났다.

흙을 밟아 본 적이 언제였더라?

 

 황량해 보이는 초원을 홀로 걷고 있는 아이가 있다.

오래전 모든 것이 뒤바뀐 사건이 일어난 그날부터 걷기 시작한 아이는 기억을 잃은 채로 드넓은 초원을 걷고 있다.

어느 날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얼룩말들을 보며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게 아니란 걸 깨닫는다. 길 위에서 만나는 동물들을 보며 낮과 밤의 존재를 인식하고, 연못에 머물러있는 홍학을 따라 연못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을 보는 법을 배운다. 산같이 커다란 코끼리에게서는 달리는 법을, 세상에서 제일 빨리 달리는 치타에게서는 그처럼 빨리 달릴 수 없음을 통해 겸손을 배운다.

동물의 마음을 읽게 된 아이는 서두르지 않고 느긋이 걷고 또 걸으면서 스쳐가는 여러 동물들에게서 모든 것을 새로 배워가며 조금씩 인간이 되어간다.

그리고 곧 새로운 삶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느끼며 사람들이 사는 도시를 향해 걸어간다.

 

 태초의 인간은 자연을 통해 모든 것을 배웠다. 책 속의 아이도 길에서 만나는 동물을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하늘과 바람, 땅 위에서 공존하는 모든 생명들과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인간의 스승이자 교과서였다. 세월이 지나도 자연이라는 교과서의 학습효과는 유효하다.

 

 사회적 제도의 틀에 맞춰진 교육, 그 틀 안에서의 경험이 지층이 돼 쌓이고 쌓여 단단히 굳어버린 인간과 자연 속에서 세상에 대한 이해와 삶의 이치를 깨닫고 나아가 생명의 고귀함을 배우며 성장하는 인간, 우리 아이들이 어떤 인간으로 탄생되길 바래야하는지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페이지 마다 쓰인 짤막한 문장의 글들은 깊은 사유를 자극하고 진함과 연함, 번짐으로 이루어져 투박해 보이는 삽화는 오히려 생동감을 더해 사유의 맛을 더해준다. 책 말미에는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에 대한 소개가 있어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아이에게 자연의 지혜가 전해지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이라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고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