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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들의 책 이야기

[2015 도서관 주간 및 세계 책의 날 서평 공모 우수작] 헛! 바쁨 vs 꼭! 바쁨

2015 도서관 주간 및 세계 책의 날 서평 공모 우수작



헛! 바쁨 vs 꼭! 바쁨



이유림 (경기도민)



서명 : 바빠가족


저자정보 : 강정연 지음 

              / 한지아 그림


출판정보 : 바람의 아이들


ISBN : 9788990878311

           (8990878314)


어린이(초등) > 초등1~2학년

   어린이동화 > 국내창작동화







즐거운시 행복구 여유동 어귀에서 세 번째 골목 가장 끝 집에 

유별난 가족이 살고 있다.

그 가족이 바로 바빠가족이다. (7p.)


 즐거운시. 행복구. 여유동.에 왜 신난가족이나 단란가족이 아니라 바빠가족이 살고 있을까?

 

 이 글의 저자는 강정연.

저자는 2004년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누렁이가 자살하다라는 동화로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저자의 작품들을 보면 건방진 도도군, 초록눈 코끼리, 위풍당당 심예분 여사, 섭섭한 젓가락등 제목부터 톡톡 튀고 호기심을 자극하여 책장을 열게 만드는 작품들이 많다.

저자의 장편동화 바빠가족도 이처럼 재미있는 제목에 한번, 신기한 표지그림에 다시 한번, 호기심을 느껴 펼쳐보게 된다.

 

 <바빠가족>유능한씨’, ‘깔끔여사’, ‘우아한양’, ‘다잘난군이렇게 모두 네 식구이다. 이들은 대놓고 그 이름 그대로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반어적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는 그야말로 뻔뻔한 이름의 가족이다.

<바빠가족>은 너무나 바쁘다. <바빠가족>은 얼마나 바쁜지바쁘다 바빠아자! 아자! 파이팅!”과 같은 구호처럼 입에 달고 산다.

 

 유능한씨는 아침부터 밤까지 너무나 바쁘다. 일을 하느라 바쁘다기 보단 부장님께 아부를 하느라 바쁘다. ‘깔끔여사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앞치마부터 둘러매고 하루 종일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산다. 쓸데없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곱절로 하며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우아한양은 온통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바쁘고, ‘다잘난군은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하느라 하루를 바쁘게 보낸다.

<바빠가족>을 따라다니느라 지친 <바빠가족>의 그림자들이 이들에게 반기를 들며 이 글은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예측할 수 있듯 <바빠가족>이 여유를 찾고 행복해지는데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바빠가족>의 일상은 언뜻 보기에는 상당히 과장되어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생활과 너무나 닮아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느라 바쁜 아빠, 식구들 챙기느라 바쁜 엄마, 등교준비에 바쁜 아들과 딸. 현대를 살아가는 가족들은 너무나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느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할 겨를조차 없다.


 아빠는 야근이나 회식 때문에 저녁귀가가 늦고, 자녀들은 학원 때문에 밤늦은 시간에 귀가한다. 집에 들어오면 서로 지쳐 각자의 방에 들어가 눕기 바쁘다. 누워서는 바로 잠들지 않고, 스마트폰을 들고 무언가 하느라 새벽까지 또 바쁘다.


 이 책은 현대의 바쁨이 과연 진짜 필요한 바쁨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아빠인 유능한씨는 부장님의 일을 위해 일하느라 정작 자신의 책상을 치울 시간도 없고, 엄마인깔끔여사는 깨끗한 그릇을 다시 닦느라 이웃과 인사할 시간도,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도 없다. 쓸데없는 바쁨에 빠져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사는 모습을 작가는 <바빠가족>의 그림자들을 이용하여 재미있게 꼬집어 낸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장편동화이지만, 아빠, 엄마, 아들, .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며 이야기나누기에 더할 나위 없는 책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내 옆엔 <바빠가족>의 그림자처럼 쓸데없는 바쁨을 지적할 확실한 가이드는 없지만, ‘주말엔 가족의 역할을 바꿔보기도 하고, 하루쯤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저녁식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즐겁고 행복한 바쁨을 계획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