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아는 사람, 농부 : 《일과 사람》 시리즈
이수경(평택시립도서관 사서)
나는 농부란다 / 이윤엽 글,그림. - 사계절.2012. 일과사람 09. 농부. 6,7세부터~ 모든 연령
「쿠술라와 그림책 이야기」에서 ‘그림책은 어린이가 처음 만나는 예술 작품’이라고 하였다. 그림책은 어른들이 들려주는 글과 어린 이들이 보는 ‘그림’이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그림 보는 안목을 길러준다.
사계절 출판사가 《일과 사람》시리즈는 예술작품으로서의 그림책과 글 정보가 조화로운 시리즈물이다. 유아부터 초등 전학년이 읽는 책인 경우 글밥이 많으면 그림의 영향력이 즐어드는 경우가 많다. 《일과 사람》은 주제를 적절하게 드러내는 그림과 정보가 잘 어우러진다. 시리즈 9편은 이러한 성격을 잘 드러내는 책이다. 「나는 농부란다」는 어린이 잡지「고래가 그랬어」에 ‘윤엽 삼촌의 판화로 보는 세상’을 연재하는 이윤엽이 쓰고 그린 책이다. 선굵는 판화로 농부들과 우리 들판의 사계절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생명을 기르는 땅으로 시작하여 ‘때를 아는’ 농부들의 고단함은 몸빼와 선그라스로 무장한 어르신의 모습에 웃음으로 녹아든다. 생명을 기르는 땅과 농부의 조근조근한 이야기가 판화의 힘찬 들판과 어울려 묘하게 조화롭다. 2쪽 전면으로 보여주는 가을걷이 직전 타오르는 붉은 태양과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는 농부의 모습은 노동의 고단함이 삶의 에너지로 승화됨을 보여준다.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안성에 살면서 이웃 농부들에게 물어 스스로 먹을 것을 생산하는 작가의 진정성이 보인다. 특히 권말에 ‘농사일 더 알아보기’, ‘농사는 모든 일의 뿌리’등의 꼭지는 지식정보책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일과 사람》의 또 다른 장점은 특정 주제로 묶인 책들이 통일성을 넘어 획일화로 가버리는 위험을 피해 개성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중국집 요리사가 나오는 1편 이혜란의「짜장면 더 주세요」는 요리할 때 나는 소리를 읽는 재미와 동네의 재발견, 아버지의 갈라지고 굳은 살 박힌 발바닥은《일과 사람》시리즈가 지향하는 노동과 삶의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는 것임을 보여준다. 5편 어부「영차 영차 그물을 올려라」는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나누며 사는 모습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부들이 잡는 어종이 달라지는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하였다.
《일과 사람》의 세 번째 장점은 대부분의 직업 안내서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군을 대상으로 할 때 현실 직업의 고단하지만 탄탄한 건강함을 펼쳐보인다는 것이다. ‘동네 주민들의 주치의’인 ‘의사’, ‘한의사’를 보여주며 ‘버스 기사’, ‘우편배달부’, ‘목장 농부’, ‘채소 장수’,‘환경운동가’ 를 비롯하여 ‘패션디자이너’, ‘뮤지컬 배우’,‘책만드는 사람’ 등 현실의 여러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국회의원’, ‘기자’ 등도 함께 다루지만 이런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자세히 일러주는 책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그린 책을 보며 아이들은 무엇이 될까와 더불어 ‘어떤 내용으로 일상을 꾸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과 사람》시리즈에는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중국집 요리사가 나왔던 동네를 채소 장수가 다니는 등 동네 가게와 상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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